‘잭 리처’의 톰 크루즈, ‘라스트 스탠드’의 아놀드 슈워제네거, ‘스토커’의 미아 바시코브스카, ‘차이니즈 조디악’의 성룡, ‘플라이트’의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 ‘홀리 모터스’의 레오스 카락스 감독…. 2013년이 두 달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꽤 많은 할리우드 스타와 감독들이 자신의 새 영화 홍보 차 한국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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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중반만 해도 1년에 2~3차례에 그쳤던 내한 행사에서 으레 “안녕하세요”, “사랑해요”, “감사합니다”라며 어색한 발음으로 의미 없는 멘트를 날렸던 할리우드 스타들이 기억이 나는데, 언제부턴가 진심 어린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 방한 횟수도 많아지고 있다. 한국영화 시장이 그만큼 무시할 수 없는 곳이 됐다는 다른 말이기도 하다.
26일 한국을 찾은 폭스 인터내셔널 프러덕션(FIP)의 샌포드 패니치 대표를 통해서도 한국의 미국 내 위치가 더 높아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FIP는 할리우드 메이저 회사인 이십세기 폭스엔터테인먼트 그룹의 글로벌 계열사. 패니치 대표는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 임원진은 지금 한국영화를 보지 않고는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모두 한국영화를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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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는 그간 ‘꿈의 무대’라고 불리는 할리우드 진출을 꿈꿨다. 본격 진행은 약 10년 전쯤부터라고 할 수 있다. 박찬욱 감독의 2003년 영화 ‘올드보이’ 때를 꼽는 이들이 많다. 패니치 대표도 “할리우드에서 많은 사람들이 ‘올드보이’를 보고 나서 해외 작품에 눈을 돌리게 된 것 같다. 독특한 영상미로 다가온 작품이어서 한국영화와 해외 시장에 눈을 돌리게 된 촉매제가 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내한한 할리우드 스타들도 인상 깊게 본 한국영화로 빼놓지 않는 게 ‘올드보이’다.
솔직히 한국영화의 미국 진출 가능성과 위치는 높지 않았다. 여러 가지 제한으로 벽을 실감해야 했다. 계속된 노력 덕분에 최근 한국 영화 및 배우, 감독들의 위상은 더 높아지고 있는 게 속속 드러나고 있다.
박찬욱, 김지운, 봉준호 감독이 할리우드에서 데뷔해 결과물을 내놓았다. 김 감독의 ‘라스트 스탠드’가 실패작이라는 평가가 있지만, 그는 자신의 가능성을 인정받았고 이미 차기작을 함께 하자는 제안을 할리우드로부터 받았다. 박 감독의 ‘스토커’의 반응은 개봉(27일 한국 개봉, 3월1 미국 소규모 개봉) 전부터 엄청나다. 봉 감독의 ‘설국열차’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앞서 배우 배두나는 ‘클라우드 아틀라스’로, 이병헌은 ‘지.아이.조’ 시리즈로 외국 관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두 사람 외에 박시연도 ‘더 라스트 나이츠’로 할리우드 진출을 꿈꾸는 등 한국 배우들의 활동도 많아지고 관심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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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친절한 톰 아저씨’ 톰 크루즈는 지난 1월 ‘잭 리처’ 홍보 차 한국을 찾았을 때 “지방 팬들을 만나고 싶다”며 부산으로 향해 레드카펫 행사를 진행했다. 기자회견은 서울에서 했지만, 부산까지 챙기는 그의 모습이 인상적이지 않을 수 없다. 슈워제네거도 한국에 오자마자 여장도 풀지 않고 김지운 감독의 차기작 ‘하이드&시크’(Hide&Seek) 촬영장을 살펴보러 이동하는 등 한국영화를 향한 관심을 내보이기도 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내한한 할리우드 스타들은 관객들과 특별한 시간을 갖는다거나 홍보 일정 외에 한국에 머무르는 일정들에 몹시 인색했다. 어쩔 수 없이 왔다는 듯 방문 이상의 의미를 두지 않고 한국 땅을 떠나기에 급급했다. 더 영향력 있는 나라의 홍보에 전념하는 데 집중하기 위한 정거장쯤으로 여기는 듯했다.
그러나 어느새 한국 영화 시장은 그 규모가 세계 10위로 껑충 올랐고, 이와 더불어 한국 영화감독들의 활약이 세계적으로 활발해지면서 할리우드에 한국은 중요한 존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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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염은영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