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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딸이 너무 좋아요. 아들이 생길까봐 둘째를 가지지 않을 정도였죠.” 박 감독은 ‘스토커’ 연출을 맡은 이유에 대해 자신의 딸과 동갑인 극 중 인디아(미아 바시코브스카)가 등장해 선택했다고 말했다. 왠지 모르게 힘이 쭉 하고 빠져버린 느낌이다. 박찬욱이라는 이름에 맞게 좀 더 거창한 답을 기대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그러나 박 감독은 무척이나 진지했다. “딸이라는 이미지에 대한 집착이 큰 것 같다”며 “딸은 질리지도 않는 흥미로운 대상”이라고 짚었다. 그는 이전의 영화들에서도 수차례 ‘딸’의 이미지를 등장시켰다. ‘딸 예찬론’을 펼친 그지만 ‘쾅’하고 못을 박는다. “인디아랑 우리 딸이 닮은 건 아니고요. 절대!”(웃음)
박 감독의 할리우드 진출작 ‘스토커’는 18살 생일, 아버지를 잃은 소녀 인디아 앞에 존재조차 몰랐던 삼촌이 찾아오고, 소녀 주변의 사람들이 사라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스릴러다.
할리우드 톱스타 니콜 키드먼이 출연하고, 우리나라에서 ‘석호필’로 친숙한 미국드라마 ‘프리즌 브레이크’의 주인공 웬트워스 밀러가 시나리오를 맡았다. ‘에일리언’ ‘블레이드 러너’ 등을 만든 리들리 스콧과 ‘탑건’ 등을 연출한 故 토니 스콧이 제작자로 나섰던 작품이다.
시나리오의 매력은 무엇이었을까. 박 감독은 “사춘기 소녀같은 예민함이 필요한 미덕이었는데, 그게 있어 좋았다”고 설명했다. “각본이 완성된 요리가 아니라서 좋았어요. 그렇지만 좋은 식재료들이 풍부했죠. 전 좋은 재료로 훌륭한 요리를 완성한 것이에요.”(웃음)
박 감독은 엄마 이비가 딸 인디아에게 독설을 날리는 대사, 인디아의 독백 등을 새로 써넣었다. 예민하고 섬세한 감정은 가득 담겼다. 채워지지 않은 여백에 자신의 색깔을 충분히 넣을 수 있었기 때문에 박 감독의 창작 욕구는 제대로 발휘됐다.
박 감독은 이어 “평소 존경해왔던 리들리 스콧 감독님이 나를 선택해 이루말할 수 없이 고마웠다”며 “장르영화를 만드는 감독 중 독특한 영화를 만들려고 노력하는 점 때문에 나를 선택한 것 같다”고 짐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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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시코브스카에 대해서는 “그가 무명이었던 시절, 호주 단편 영화에서부터 알고 있었다”며 “시대를 초월한 신비한 매력이 나를 사로잡았다”고 밝혔다. 영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제인 에어’에 이어 최근 촬영 중인 ‘마담 보바리’에 이르기까지 각 시대 경계 없이 완벽히 변신하고 있다는 점을 추어올렸다.
가장 늦게 합류한 찰리 삼촌 역할의 매튜 구드는 고마운 존재다. 영국 배우 콜린 퍼스가 맡기로 했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고사했다. 박 감독은 “매튜가 관객들에게 인사할 때마다 ‘콜린이 거절해 준 덕분’이라면서 너스레를 떤다”며 “원래도 유머있는 친구지만 참 유쾌해서 좋다”고 고마워했다. 이어 “외모가 부드럽고 신사적인 사람, 앤서니 홉킨스 같은 사람을 찾았다”며 “여성적인 느낌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매튜말곤 없더라”고 회상했다.
성공적으로 촬영을 마무리했고 27일 개봉도 앞뒀다. 전혀 다른 시스템에서 작업을 할 때 힘든 점은 아무래도 언어일 것 같다고 하니 “다행히 함께한 통역 팀이 유능했다. 완벽 그 이상이었다”며 “단순히 말만 옮기는 것이 아니라 제 2의 프로듀서답게 극을 완전히 이해하고 확실한 지시를 내릴 수 있도록 도왔다”고 만족해했다.
‘스토커’에 대한 호평이 잇따르고 있는데 벌써부터 차기작이 거론된다. 서부극이 가장 유력한 후보다.
“어릴 때 주로 극장영화가 아닌 TV영화를 보면서 컸어요. 당시 TV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염은영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