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여전히 그를 알지 못하는 이들은 많다. 인지도를 쌓지 못하고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입대를 했다. 2년이라는 시간은 어떻게 인지 모르겠지만 흘러갔고, 정우는 다시 도약할 준비를 하고 있다.
“연기가 정말 하고 싶었다”는 그는 지난해 8월 소집해제 날 바로 KBS 2TV ‘드라마 스페셜-칠성호’ 촬영을 했고, 복귀전을 치렀다. 이후 김기덕 감독이 제작한 영화 ‘붉은 가족’에도 참여했고 현재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또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는 KBS 2TV 주말극 ‘내 딸 서영이’의 후속작인 ‘최고다 이순신’으로도 시청자에게 인사한다.
“연기하고 싶어서 미칠 지경이었거든요. 일반 현역으로 다녀온 분들도 계시니 투정할 순 없지만, 개인적으로 집단에 구속된 상황이 정말 정신적으로 힘들었어요.(웃음) 많은 분이 기다리시는 건 아닐테지만, 오랜만에 인사할 수 있는 거잖아요? 절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어서 빨리 작품으로 찾아뵙고 싶었는데 다행이에요.”
그는 “상우 형과 친분이 있다. 형수님이니 친근감이 들긴 하더라”며 “형이 뭐라고 해준 말은 없다. 하지만 함께 좋은 연기를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웃었다.
과거 신인상을 받았을 때 그의 신분은 공익근무요원이었다. 10년 만에 인정을 받은 기분이었지만, 어떤 것도 할 수 없었다. 그의 맛깔스러운 연기력과 부산 사투리 덕에 부산을 배경으로 한 각종 영화에 출연 제안을 받았다. 하지만 그림의 떡이었다.
“시상식이 끝나고 집에 돌아가 혼자 엄청나게 울었다”는 정우는 “큰 영화도 아닌데 상을 받았다. 내가 군대 간지도 모르고 시나리오가 꽤 들어오더라. 좀 더 연기하고 싶었지만 할 수 없었다”고 아쉬워했다. 하지만 “우울할 때면 항상 그 상을 보며 2년을 견딜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자랑스러워했다.
이제 제약은 없다. 그래서인지 더 빠르고 정확하게 달릴 수 있을 것만 같다. 김기덕 감독이 제작한 ‘붉은 가족’에도 적극 참여한 그는 “나만의 연기를 쌓고 싶었다”고 했다. 그가 좋아하는 선배들 대부분의 김 감독의 영화에 참여했다. 조재현, 양동근, 하정우 등등. 이들은 그렇게 유명하지 않았을 때, 김 감독과 함께 연기하며 비슷한 길을 밟았다. 정우도 자신의 길을 걷고 싶다는 의지가 강했다.
“비록 김 감독님이 연출한 건 아니지만 김 감독님의 대단한 생각이나 의견을 간접적으로 들을 수 있었어요. ‘감독님은 어떤 걸 갖고 있을까?’를 궁금했었는데 같이한다는 것 자체가 영광스럽죠. 작품이 잘 나왔으면 하는 바람인데, 이 영화 덕분에 파생될 일에 대해서는 전혀 기대를 안 해요. 과정이 기쁘고 잘 됐다고 생각하면 돈과 인기는 두 번째인 것 같아요.”(웃음)
“특히 태규는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와 영화 ‘바람난 가족’, 시트콤 ‘논스톱4’ 등이 잇따라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CF계에서도 왕성하게 활동을 했죠. 그런 모습을 보며 신기하긴 했어요. 하지만 배는 아프지 않더라고요. 자신들이 원하는 작품을 고를 폭이 넓다는 건 부러웠지만, 묵묵히 할 것 하다가 시간이 지나면 좋은 작품을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있어요.”
질풍노도의 시기를 그린 부산 사나이의 학창시절 이야기인 영화 ‘바람’. 주인공을 맡았던 정우의 귀여우면서도 웃긴, 또 때로는 진지한 연기가 아직도 눈에 선하다. 자신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영화는 감동을 전하기도 했다. “연기를 정말 하고 싶었다”는 그는 다시 한 번 달린다. 특유의 웃음과 진지함, 감동을 전할 준비를 마쳤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사진 강영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