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왜곡된 음원시장 가수를 평가하는 기준
지난 해 전 세계적인 큰 사랑을 받은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국내에서 음원만으로는 1억원을 채 벌어들이지 못했다는 소식은 빌보드 2위 만큼이나 충격적이었다. 음원 단가가 해외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은 탓이기도 하고 수익 배분율에서 유통사 45%, 제작사 40%를 제한 후 가수의 수익이 산정되기 때문이다.
1월 가요계의 가장 큰 이슈는 박명수의 ‘강북 멋쟁이’ 돌풍이다. ‘강북 멋쟁이’를 둘러싼 논란이 적지 않았지만 차트 1위는 대중들의 선택인 까닭에 그 자체로 받아들이는 것이 맞다. 하지만 적어도 ‘대중들이 선호하는 음악이 곧 좋은 음악’이라는 단순한 기준은 재고할 필요가 있음에 공감대가 형성된 듯하다. 가온차트를 비롯해 멜론, 엠넷, 벅스, 소리바다 등 국내에 모든 음원 차트는 대중성이라는 가치 평가일 뿐, 가수와 음악의 절대적인 가치 판단 기준은 아니다.
이 시점에 하나의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공연이다. 물론 아이돌 공연 경우 팬덤의 규모가 흥행 여부를 결정하는 요소가 되지만 아직까지 공연은 그 뮤지션의 의미를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곡당 스트리밍 단가 0.114원의 선택과 10만원 내외의 공연티켓을 구매하는 판단의 신중함은 전혀 다르다는 뜻이다. 데뷔 24년 동안 1천회 이상의 공연을 소화해 오며 매번 공연의 콘셉트와 퀄리티를 업그레이드 하는데 집중해온 이승환을 주목하게 되는 이유다.
![]() |
공연의 퀄리티를 올리는 법
공연이라는 영역에서 이승환의 입지는 절대적이다. 그는 국내 최초로 공연에 타이틀을 붙여 브랜드화 시킨 장본인이다. ‘무적’ ‘환장’ ‘세기말 난리 부르스’ ‘끝장’ ‘맞장’ 등 각각의 공연 타이틀은 공연의 성격과 콘셉트를 설명하는 제목으로 하나의 공연에 하나의 정체성을 부여한 최초의 시도다. 그는 데뷔 후 줄곧 한 장의 앨범을 만들 듯 한 회의 공연을 공들여 만들어 왔던 뮤지션이다.
이 같은 공연에 대한 그의 신념은 그를 사운드 및 연출, 공연에 필요한 하드웨어의 개발에 집중하게 만들었다. 공중에 매달린 스크린 개폐장치나 ABR(대형 공기막 조형물) 360도 와이어 플라잉 등 하드웨어들이 이승환에 의해 개발되고 국내에서 첫 선을 보였다.
2002년 국내 최초로 전문적인 공연 스태프 교육 학원 DFS를 설립한 것도 이승환이다. 현재 한국 공연업계에서 일하고 있는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 학원 출신들이다. 세계 최초로 A8을 공연 인이어 모니터로 사용한 사람도 이승환이고, 심지어 대기실 케이터링과 스태프들의 공연장 내 안전모 착용을 정착시킨 것도 이승환이 처음으로 한 일이다. 2007년 컨츄리꼬꼬의 무대 도용 문제를 제기해 공연저작권에 대한 개념을 세운 것도 이승환이다.
이 밖에도 공연에 스토리텔링을 본격적으로 도입하거나 영화 분량의 영상을 제작해 공연과 접목시킨 연출 기법을 최초로 선보인 것도 이승환이며, 물쇼 같은 지금은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연출법도 이승환이 원조다.
![]() |
인디와 메이저를 아우르는 힘
이승환이 현재 우리 대중음악계에서 차지하는 의미 중 간과할 수 없는 부분 중 하나는 소위 인디와 메이저를 아우르는 힘이다. 이 역시 공연에서 기인한다. 공연은 소위 인디와 메이저가 공유하는 거의 유일한 영역이기 때문이다.
실례로 이승환이 매해 여는 기부공연이자 직접 출연 가수들을 섭외하는 것으로 유명한 ‘차카게살자’에 지난해 출연한 가수들을 보면 아이유와 윤하, 김완선, 울랄라세션을 비롯해 가리온, 브로콜리너마저, 소란, 어반자카파, 장미여관,넬, 옥상달빛, 칵스 등이 포함돼 있다.
공연을 잘하는, 공연이 가능한 뮤지션이라면 누구든 이승환이 먼저 손을 내미는 것. 실제로 이승환은 지난해 KBS ‘톱밴드2’ 결승 심사위원으로 초빙되며 처음 만난 로맨틱 펀치를 자신의 연말 공연 ‘환니발’의 오프닝 밴드로 직접 섭외했다.
이승환은 3월 1일 서교동 인터파크아트센터에서 ‘이승환과 아우들’이란 타이틀로 옐로우몬스터즈, 트랜스픽션, 갤럭시 익스프레스, 로맨틱펀치, 안녕바다 등과 함께 소극장 형 록 페스티벌을 준비 중이다. 역시 공연장에서 쌓은 인연으로 성사된 공연이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