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여행을 증명하는 이승환의 행보
가수 이승환은 과거의 어느 시점에서 타임머신을 타고 온 시간여행자라고 확신한다. 혹자는 타임머신과 시간여행이라는 설명 자체가 황당한 주장이고, 현재보다 기술력이 떨어지는 과거에 타임머신을 발명했으리 없다고 반박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느 시대나 오버테크놀로지는 존재해 왔고 얼리어답터 성향을 강하게 보였던 이승환이 누구보다 빨리 타임머신을 구해 시간여행을 했다(현재도 하고 있다)는 추측은 결코 허황된 가설이 아니다.
기실 이승환이 과거로부터 온 시간여행자일 것이라는 추측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이 같은 추측의 가시적인 증거는 그의 외모가 시간의 정상적인 흐름과 무관하게 전혀 노화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단순히 외모 뿐 아니다. 이승환은 지난해 여름 숙명아트센터에서 ‘회고전’이라는 타이틀로 공연을 펼치며 무려 5시간 40분 동안 10번의 앙코르 요청을 받아 22곡을 더 불러 총 52곡을 소화했다. 특히 잔잔한 발라드 공연이 아니라 소위 ‘미쳐 날뛰는’ 공연이었음을 감안할 때 내년에 50대로 접어드는 체력이라고는 도저히 믿기 어렵다.
이승환이 과거에서 왔다는 가설에 결정적인 증거 중 하나는 최근 그가 공개한 근육질의 상반신 누드 사진과 더불어 3월 그가 계획하고 있는 공연 일정을 봐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시간여행자 이승환과 만날 수 있는 곳
이승환이 과거에서 온 시간여행자라는 사실을 증명할 기회가 될 첫 번째 시간과 장소는 3월 1일 서울 합정역 부근 인터파크 아트센터다. 이날 이승환은 ‘이승환과 아우들’이라는 타이틀로 옐로우몬스터즈, 트랜스픽션, 갤럭시익스프레스, 로맨틱펀치, 안녕바다, 노리플라이의 권순관 등 록 밴드들과 합동공연을 펼친다. 소위 한참 잘나가는 팀들이다. 참여 밴드 멤버 중 일부는 20년 까지 나이차이가 난다. 이승환이 이들과 비슷한 육체적 나이와 마인드를 가진 같은 세대가 아니라면 불가능한 기획 공연이다.
이튿날인 3월 2일에는 같은 곳에서 이승환의 브랜드 공연 중 하나인 돌발콘서트를 ’왕년(往年)’이라는 타이틀로 진행한다. 촉이 좋은 사람이라면 왜 ‘왕년’이라는 타이틀이 붙었는가를 쉽게 눈치 챘을 것이다. 이승환이 과거(往)에서 왔다는 명백한 증거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이날 공연은 돌발콘서트 형태로 진행된다. 돌발콘서트란 마니아 층을 위해 게릴라식으로 진행되는 공연으로 관객 특성상 일반적인 무대와 달리 이승환의 노래 중 록 넘버들이 주로 공연된다. 관객들을 흠뻑 적시는 물쇼 등 과격한(?) 이벤트들이 펼쳐지는 공연으로도 유명하다.
또 이승환은 3월 15일부터 17일까지는 전국 클럽투어를 갖는다. 광주, 대구, 부산 등 라이브 클럽을 중심으로 투어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승환 측은 “300명 규모의 라이브클럽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찾아가겠다”고 밝혔다. 2007년 이미 잠실 주경기장에서 공연을 했던 ‘공연의 신’이 클럽공연과 소극장에서 연달아 진행하는 모습은 그가 과거에서 왔다는 결정적인 증거다. 이곳이야 말로 ‘과거의 이승환’에게 가장 익숙한 곳이 아니겠는가.
이승환의 시간여행, 어떤 의미가 있나?
과연 왜 이승환은 시간여행 통해 미래로 왔는가 하는 질문이 남는다. 그의 시간여행에 대한 이유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공연과 관계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그는 매년 새로운 콘셉트와 아이디어로 공연을 업그레이드 시키며 무대에서 사용되는 특수효과 장비를 새롭게 개발하는데 많은 과도한 노력을 쏟는다. 360도 3D 플라잉 등은 그가 직접 개발한 장비로 실현 가능했던 공연 기술이다.
이 뿐만 아니다. 공연 전문 인력 육성도 그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본격화 했다. 2002년 공연 스태프 양성 학원 드림팩토리스쿨(DFS)을 설립해 현재 국내 공연업계에서 활동 중인 과반수 이상이 이 학원 출신이다. 이승환의 한 공연관계자는 “자꾸 없는 걸 만들려고 한다”며 한숨을 토했다. 이승환이 당시의 공연 환경의 한계를 절감할 때 마다 미래로 여행을 결정했을 가능성은 농후하다.
2013년 즈음이면 공연이 대중음악 중심에 설 것이라는 예상도 했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음반이 음원시대로 넘어오며 시장이 붕괴되고 뮤지션들의 생존을 위해 이를 대체할 만한 새로운 시장은 공연 뿐이라는 선견지명이 있었을 것이 분명하다.
이승환 공연장에는 아이의 손을 잡고 공연장을 찾는 부모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공유하고 열광할 수 있는 문화가 거의 없는 탓에 세대 간의 단절이 심각한 우리에게 세대를 잇고 아우를 수 있는 공연을 만드는 뮤지션은 국내에서는 현재까지 이승환이 유일하다. 시간 여행의 대의로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은가.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