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에 PPL(Product PLacement)이 활발해지며 이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생겨나고 있다.
2010년 방송통신위원회는 ‘총 방송 시간의 5%, 한 브랜드당 30초 이내, 제품 크기가 전체 화면의 1/4을 넘지 않는 선에서 브랜드를 노출시킬 수 있다’고 방송법을 개정했다. 이후 방송사들은 앞다퉈 방송에 상품을 노출하는 ‘간접광고’를 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방송사는 수익구조의 다양화와 더 높은 광고수익을 거둬들일 수 있는 기회가 생겨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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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지난해 10월 방송통신위원회가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KBS, MBC, SBS 지상파 3사의 분기별 PPL 수입은 63억 8000만원이다. 이는 방송법이 개정된 2010년 3분기 8억 3600만원에서 663% 늘어난 수치다. 총 광고수입에서 PPL이 차지하는 비율도 이 기간 평균 0.25%에서 1.41%로 확대됐다.
이러한 흐름은 최근 방송만 살펴봐도 알 수 있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 중인 KBS 2TV ‘아이리스’나 SBS ‘그 겨울, 바람이 분다’ 등은 립스틱부터 핸드폰, 차량까지 프로그램 곳곳에 전방위적으로 PPL을 도입하고 있다.
드라마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예능에도 PPL 바람이 불고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KBS 2TV ‘개그콘서트’다. ‘개그콘서트’는 생활의발견, 거지의 품격 등 여러 코너에서 PPL을 도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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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흐름에 대부분 방송관계자들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방송 제작 여건 상 PPL을 뺄 수 없다는 것이다. ‘개그콘서트’ 서수민 PD도 지난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PPL에 대한 비난이 많은 것 같다”면서도 “회사 방침 때문에 PPL은 어쩔 수 없다”고 했을 정도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PPL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제작비를 위한 어느 정도의 PPL 도입은 괜찮지만, 이로 인해 극 전체가 광고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관계자들이 지적하는 작품은 SBS ‘그 겨울, 바람이 분다’가 대표적이다. ‘그 겨울’에서는 주인공인 송혜교가 물려받은 ‘PL그룹’은 ‘파크랜드’를 형상화한다. 또 배종옥이 조인성의 옷장을 뒤지는 상황에서 ‘KT 홈폰’ 홈지키미 기능이 등장하는 등 상품 중심으로 극의 상황이 설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겨울’ 제작사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에서 “다른 드라마와 달리 ‘그 겨울’은 대본이 모두 나와있는 상태”라며 “대본에 나와있는 설정에 맞춰서 기업에 제안을 해 PPL을 만드는 것이지, PPL을 위해 대본을 만들어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PL그룹, KT 홈폰-홈지키미 설정은 과도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100% 의도하지 않았다고는 말을 하지 못한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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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이러한 경향 속에서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시청자라고 말한다. 광고로 인한 과도한 상황설정이 시청자의 ‘볼 권리’를 침해한다는 것이다.
성공회대 김서중 교수(신문방송학)는 “간접광고의 가장 큰 부작용이 ‘광고를 중심으로 극이 전개되는 것’이다”라며 “이는 결국 방송의 질을 떨어뜨리고, 동시에 시청자가 질 높은 작품을 볼 수 있는 ‘권리’를 빼앗아간다. 이러한 현상이 지속되면 한국 방송물도 미국처럼 광고를 위해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우리보다 먼저 간접광고와 중간광고를 도입한 미국은 중간광고를 위해 ‘호흡이 긴’ 장면은 최대한 줄이고 있다. 대신 호흡이 짧고 시청자에게 긴장감을 불어넣을 수 있는 장면을 많이 넣어 중간광고 수익을 극대화시키고 있다.
◇ 시청자·제작사 ‘윈-윈’ 할 수 없나
그렇다면 시청자와 제작사 모두가 ‘윈-윈’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전문가들은 해외시장 개척과 관련 분야 연구를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정보문화연구소 노강우 연구원은 “방송에 PPL이 범람하는 것은 분명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이라면서도 “하지만 PPL이 도입된 상황 속에서 이를 규제할 수는 없다. 오히려 방송사와 제작사가 해외시장을 개척해 프로그램 先 판매를 통해 제작비를 사전에 마련한다면 PPL에서 보다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일부 전문가들은 간접광고가 제대로 정착되지 못하는 것은 관련 분야 연구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희복(상지대)·차영란(수원대) 교수는 ‘방송광고산업 활성화를 위한 간접광고’ 논문에서 PPL의 본래 도입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세부 시행방안의 개선과 관련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성공회대 김서중 교수(신문방송학)도 “간접광고를 어느 선까지 허용할 지에 대해서 사회적 합의와 연구가 필요하다”며 “관련 사례들을 수집·분류하는 작업을
☞ PPL(Product PLacement) =영화나 드라마 속에 소품으로 등장하는 상품을 일컫는 것으로 브랜드명이 보이는 상품뿐만 아니라 이미지, 명칭 등을 노출시켜 관객들에게 홍보하는 일종의 광고마케팅 전략.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김정훈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