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라스트 스탠드’ 홍보차 한국을 찾은 슈워제네거는 이날 오후 6시10분 인천공항을 빠져나오자마자 여장도 풀지 않고 바로 화성으로 왔다. 영하 2도의 날씨는 인적이 드문 장소 때문인지 더 춥게 느껴졌지만, 슈워제네거는 내색하지 않고 김 감독을 만나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냈다.
김 감독은 멀리서 다가오는 슈워제네거를 보고 웃으며 악수를 청했다. 슈워제네거는 악수로 부족하다는 듯 와락 김 감독을 끌어 안았다. 안부를 묻던 김 감독은 “얼마 찍진 않았지만 내 영화 한 번 보지 않겠느냐”고 했고, 슈워제네거는 “당연하다. 정말 보고 싶다”며 자리를 이동했다.
‘하이드 앤드 시크’는 주인공 X(강동원)가 정체를 알 수 없는 의문의 물건을 운반하는 과정 중 벌어지는 숨막히는 추격전을 다룬다. 신민아가 비밀을 지닌 X의 여자친구 미아, 이솜이 X의 안전을 책임지는 요원 핑거스 역을 맡았다.
김 감독은 “이야기는 빤한 첩보물일 수 있지만 액션과 새로운 영상 표현 기법으로 특별한 화면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고, 슈워제네거는 “기대된다”고 했다.
슈워제네거는 또 ‘라스트 스탠드’를 언급, “이 영화 정말 잘 찍은 것 같다. 내가 출연한 영화 중에 제일 평가가 좋은 것 같다”는 말로 21일 개봉을 앞두고 긴장하고 있을 김 감독에게 힘을 줬다.
슈워제네거의 촬영 현장 방문은 일반적이지 않은 그림이다.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두 사람은 만날텐데 그는 시간을 내어 의리를 과시했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쏜 살 같이 화성으로 향한 것도 김 감독과 신의, 믿음이 두텁지 않고서야 쉽지 않은 일이다. 사실 그의 내한 일정은 20일 기자회견이 전부(CJ계열사 방송사인 tvN ‘현장토크쇼 택시’와 ‘백지연의 피플인사이드’ 출연은 간신히 추가된 일정)였다.
최근 김 감독은 인터뷰에서 “초반에는 이야기를 하는 창구가 많아 시간도 많이 걸리고 힘든 것도 많았지만 중반부터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김지운이 오케이면 나도 오케이’라고 할 정도였다. 지속적인 지지를 보내줬다”고 신뢰 관계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는데 그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있었다.
이번 슈워제네거의 방문은 김 감독이 나머지 촬영에 몰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줬을 것 같다. 배우 강동원과 신민아는 이날 촬영이 없어 현장에 없었지만, 또 다른 주연 이솜은 슈워제네거와 인사를 했다. 슈워제네거로부터 “예쁘다”는 소리까지 들었으니 이솜도 기분이 나쁠 리 없을 거다. 관계자들도 특별한 방식으로 열심히 촬영중인 모습을 보여줬고 큰 관심을 받았으니 뿌듯하지 않았을까.
한편 ‘라스트 스탠드’는 헬기보다 빠른 튜닝 슈퍼카를 타고 돌진하는 마약왕과 작은 국경마을 보안관 사이에 벌어지는 혈투를 그린다. 김 감독의 할리우드 데뷔작이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화성(경기)=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사진 팽현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