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한예리에게 전작 ‘코리아’의 유순복 선수 모습과 무척 달라 보여 알아보지 못하는 이가 꽤 있다고 했다. 서운해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좋아한다.
“개인적으로 못 알아보는 게 더 좋은 것 같아요.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걱정을 엄청했거든요. 캐릭터에 차별화를 두고 보였으면 하는데 그런 노력이 보이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고민했죠. 특히 올해 제가 출연한 3개 작품이 개봉할 예정인데 ‘다른 모습으로 보이지 않으면 어떡하지?’라고 걱정하고 있어요.”(웃음)
한예리는 대선배 김윤석과 함께 연기할 수 있던 게 ‘황홀’했다. 영화계에서 카리스마가 넘치는 김윤석은 많은 이들이 함께 작업하고 싶어하는 배우 중 한 명이다. 한예리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안 떨렸다고 하면 거짓말”이라면서도 “떨림보다 설렌 게 더 컸다. 떨리기만 했으면 긴장되고 주눅이 들어 연기를 못 했을 텐데, 설렘이 있으니 더 재미있게 느낀 것 같다”고 좋아했다. 이어 “촬영이 이어지고 만날 횟수가 줄어드니 아쉬웠다”며 “정말 더 치열하게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더라. 나중에 꼭 기회가 되면 주고받는 대사와 연기를 하고 싶다”고 바랐다.
극 중 해갑은 지문 날인을 거부해서 경찰서에 억류되는 건 기본이고, 강압적인 수신료 징수를 못마땅하게 여겨 집 TV조차 던져 버리는 인물이다.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건 못 참는다.
한예리는 “우리 집은 아빠 해갑 역할을 실제 엄마가 한다. 항상 ‘가출하고 싶으면 가출하라. 고생해야지 엄마가 귀한 걸 알지’라고 말하는 스타일”이라며 “엄마는 내가 무용을 했을 때(한예리는 한예종에서 전통무용을 전공했다) 부당한 게 있으면 학교에 자주 찾아오셨고, 선생님들이 피하는 상대였다”고 웃었다.
한예리는 영화 ‘코리아’ 이후로 팬들이 생겨났다고 좋아했다. 그는 ”소수 정예군단”이라며 “하지만 다른 톱배우들처럼 나를 매번 챙겨주는 게 무척 고맙다”고 기뻐했다. 공교롭게도 그가 출연한 작품들(‘남쪽으로 튀어’를 비롯해 올해 개봉 예정인 ‘협상종결사’, ‘동창생’)이 감독 하차와 관련해 잡음이 있어 힘들었는데 팬들이 그에게 용기를 줬다.
“지난해 무척 힘들었거든요. ‘왜 내가 하는 영화에 이런 일이 계속 일어날까’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팬레터 받고 기운 차린 적이 많아요. 절 잘 지켜봐 주시니 그분들 편지를 보며 힘을 얻었죠.”(웃음)
과거 “공효진 선배 같은 색깔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는데 조금 변했다. “공효진 선배도 좋지만 어떤 여배우를 롤모델로 내세우기보다 모든 배우의 장점을 바라보며 따라가면 나만의 길을 갈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그는 “지금은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하며 자연스럽게 흘러갔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사진 강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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