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는 작품마다 시청률 10%를 넘었어요. 저도 모르게 건방지게 변할까 두렵죠.”
‘송하경’이란 가면을 벗은지 채 2주도 안됐다. 하지만 극에서 보이던 냉정함이나 우울한 느낌은 찾아볼 수 없었다. ‘유명해져서 많이 바쁘겠다’는 질문에 “인터뷰랑 광고 스케줄이 부쩍 많아졌다”면서도 “가장 기쁜 건 트위터 팔로워가 2만명이 된 것”이라며 웃는 그녀, KBS 2TV ‘학교2013’ 박세영(26)을 만났다.
“오디션을 통해 ‘학교2013’을 하게 됐어요. 평소에도 학원물 연기를 하고 싶었는데, 송하경이란 캐릭터를 놓치고 싶지 않았죠. 감독님께 직접 ‘잘 할 수 있으니 꼭 시켜달라’고 말할 정도였어요.(웃음)”
신인배우가 감독에게 직접 ‘꼭 시켜달라’고 말하는 경우는 드물다. 왜 그렇게 ‘송하경’ 역할을 갈망한 것일까. “전교 1등이면 무조건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속에 많은 사정이 있는 하경이가 안쓰러웠어요. 그리고 지금처럼 학구열이 높은 시대에 역할을 잘 소화하면 같은 처지에 놓인 학생들에게 위로가 될 것 같았죠.”
감독에게 ‘꼭 시켜달라’고 할 정도로 애정을 가진 캐릭터지만, 비중은 생각만큼 크진 않았다. 극의 주요 내용이 남학생 위주로 흐르다보니 ‘송하경’ 비중이 많지 않았던 것이다.
“아무래도 고남순과 박흥수의 풀리지 않는 사건이 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촬영 때 진짜 송하경이 되기 위해서 필기도 실제로 하고, 송하경의 고민을 메모장에 적어보기도 했어요. 그러다보니 비중보다는 내가 뭘 할 수 있을까가 더 중요해졌죠.”
비중은 적었지만 ‘송하경’ 인기는 나날이 치솟았다. ‘학교’ 시리즈로 스타덤에 오른 여배우처럼 박세영도 ‘제 2의 Who’라는 수식어가 붙기 시작했다. 하지만 박세영은 “제 2의 누구라는 수식어 자체가 부담스러웠다”며 “나도 모르게 그런 것을 의식해 극에서 돋보이려 할까봐 신경 쓰지 않았다”고 했다.
“기성세대나 교사가 봤을 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학교 포스터에 적힌 ‘아이들은 감추고, 어른들은 모르는’이란 말처럼 학생의 입장에서 봤을 땐 과장되지 않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또 드라마로 만들었기에 대중이 좀 더 쉽게 학교 문제에 다가가게 한 것도 있죠.”
박세영은 ‘학교2013’ 뿐만 아니라, 데뷔작인 SBS ‘내일이 오면’, KBS 2TV ‘적도의 남자’, SBS ‘신의’ 등 다수의 히트작에 출연했다. 그런데 유독 ‘학교2013’에 애착을 갖는 이유는 뭘까. “데뷔 1년을 돌아볼 수 있게 한 작품이자, 본격적인 시작을 알린 작품이기 때문”이라며 그녀는 답을 시작했다.
“‘학교2013’은 제게 많은 것을 가져다 준 작품이에요. 같은 또래 친구들과 교복을 입고 촬영을 하니 다시 학창시절로 돌아간 느낌도 받았어요. 또 성장 드라마를 촬영하면 진짜 성장한다던데, 끝나고 보니 제가 한 단계 성장해있더라고요.”
“‘송하경’처럼 심하게 구속을 당하거나 그러진 않았어요. 하지만 딸만 셋인 집에서 막내로 크다보니 일찍 귀가해야 하고, 늘 부모님 통제 속에서 지냈죠. 아직도 스케줄이 끝나면 엄마한테 전화가 오곤 해요.(웃음)”
“그리고 굳이 꼽자면 전 ‘고남순’에 가까웠던 학생 같아요. 남순이가 극에서 학교에 가는 이유를 ‘그냥’이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제가 그랬던 것 같아요. 배우라는 꿈이 있어서 예고에 진학했지만 365일 내내 그 생각만 할 수는 없으니까요.”
박세영은 어린 시절 막연히 ‘배우’가 되고 싶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 꿈을 실제적으로 키운 계기는 중학생 때 아역배우로 출연한 MBC ‘어사 박문수’다. “우연히 출전한 ‘미스 빙그레’ 대회를 주최한 회사와 계약을 하게 됐어요. 그래서 ‘어사 박문수’ 출연 기회를 얻었죠. 실제 연기를 해보니 ‘연기라는 것이 이런거구나. 정말 재밌다’라는 생각이 들어 그 분야의 진학을 결심했죠.”
중학교 때 본격적으로 꿈을 키우기 시작한 그녀는 안양예고를 거쳐 상명대 영화과에 진학했다. 하지만 꿈을 키우는 동안 연기를 할 수 있는 기회는 좀처럼 주어지지 않았다. “고등학생 때는 연기를 무척 하고 싶었어요. 같은 또래 친구들 중엔 이미 스타가 된 친구들을 보면서 많이 부러웠거든요. ‘나도 기회를 주면 더 잘할 수 있을텐데’ 하고 생각했죠.”
‘지금은 준비가 다 됐냐’는 장난스런 질문에 박세영은 “준비가 다 됐다고 말할 순 없지만 맡는 역할마다 색다른 모습을 보여 ‘아! 박세영이 다음에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라는 기대를 받고 싶다”고 답했다. 그런 그녀에게 ‘레 미제라블’ 아만다 사이프리드 모습이 보이는 건 지나친 칭찬일까.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김정훈 인턴기자/사진 팽현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