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세 본인도 처음엔 의아했다. 자신을 캐스팅하려 한 감독을 만나 "한류 스타 역에 왜 나를?"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 같은 비주얼로 한류 스타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며 "아무리 멋지게 보이려 해도 '관객이 그렇게 볼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감독님이 무한 신뢰를 보내 주셨죠. 한류 스타 승재를 만드는 게 어려웠지만, 최대한 호감 인물로 나만의 매력을 뽐내려고 노력했어요. 감독님과 제 생각을 잘 조화시켜 채워나간 게 많은 것 같아요."(웃음)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고, 자신을 만족하게 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승재는 단번에 뜬 벼락스타가 아니라, 10여 년을 고생하다가 결국 팬들의 사랑을 받게 된 인물이다. 오정세는 특히 "승재의 빈틈 있는 모습이 좋았다. 사람 냄새나는 것도 매력"이라고 했다.
"초반에 승재가 춤을 추는 장면이 있는데 그게 웃기면서도 절실해요. 고충이 느껴졌죠. 예전에 이창동 감독님의 '박하사탕' 단역 오디션을 보러 갔었거든요? 많은 분이 이단 옆차기, 점프 등 액션 연기를 했어요. 감독님 전작이 액션이 나오는 '초록 물고기'였으니 이번에도 나올 거로 생각했던 거죠. 그걸 보는 사람들은 웃길지 모르지만 다들 지푸라기라도 잡는 마음으로 열심히 준비한 거에요. 그 때 저도 절실했는데 떨어졌어요. 이번에 승재를 연기하며 다시 과거가 생각났어요."
오정세는 전라 노출까지 감내했다. "그냥 벗는 신이었다면 잠시라도 못했을 거예요. 하지만 상황 전개상 노출이 돼도 안 불편한 상황이었죠. 스태프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다행이었죠. 다들 '살구색 옷을 입었나?' 정도로 생각했어요. 감독님이 커트해도 옆에서 수건도 안 챙겨줄 정도로 자연스럽게 찍었어요."(웃음)
3개월 정도 운동해 만들어낸 결과다. 식단 조절과 운동을 꾸준히 병행했다. 적당히 각이 잡힌 몸을 만들어냈다. 그는 "유오성 선배가 영화를 보고 벗은 몸이 완전히 갈라지지 않아 좋았다고 했다"며 자신도 만족한 눈치다.
극 중 오정세가 이시영에게 키스하려 달려들고, 이시영은 오정세를 온몸으로 막아내려 해 웃음을 준 엘리베이터 신은 "일종의 보너스 신"이라고 했다. "'웃겨야 하는 신인데 웃기지 못하면 어떡하지?'라고 생각한 신은 아니었죠. 운 좋게 좋은 배우와 감독을 만나서 리액션과 리액션이 만나 그런 장면이 탄생했어요."
오정세는 "시영이한테 맞았을 때는 하나도 안 아팠다. 어디서 날라올지 모르는 따귀를 맞았는데 그 리액션은 정말 날 것 그대로"라며 "무의식적으로 나도 모르게 나오는 반응에 기쁨과 희열을 느꼈다"고 했다. 하지만 "극 초반 나왔던 '야망의 늪'을 찍을 때는 무척 아팠다"며 "감독님이 일부러 차진 손을 가진 아주머니를 캐스팅해달라고 부탁을 했고, 정말 풀스윙으로 때리는데 아팠다"고 회상했다.
노출 신과 엘리베이터 신이 가장 어려웠을 것 같은데 아니다. 제일 이해하기 어려웠던 신은 승재가 보나의 집 앞에서 사람들이 알아봤을 때 눈을 모아 다른 사람인척 하는 거다. 그는 "그냥 웃기기 위해서 집어넣은 신이라는 생각에 부담스럽고 걱정됐다"고 했다. 하지만 반응이 괜찮은 것 같아 안심이다.
오정세는 1997년 영화 데뷔작 '아버지'부터 단역, 조연으로 40여 편 넘게 출연하며 내공을 쌓았다. 많은 작품을 했지만 그렇게 주목을 받진 못했다. 하지만 한 번도 '나는 왜 이렇게 안 되는 거지?'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
"처음 연기를 시작할 때 '나중에 나는 좋은 배우가 될 거야'라는 확신으로 연기했어요. '적어도 40년 안에는 좋은 배우가 될 거야' 하는 확신을 했죠.(웃음) 오디션에 떨어진 적이 많아 좌절하고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지만, 모두가 밑거름이 됐다고 생각했어요. '왜 안 될까?'라고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았죠."
오정세는 올해도 다양한 모습을 보일 예정이다. SBS TV '화신-마음을 지배하는 자' 첫 회에 등장하고, 배우 이선균과 술집에서 우연히 만나 함께 하게 된 SBS '행진'에도 참여했다. KBS 1TV '강연 100℃'를 통해 600명 앞에서 강연도 했다. 다양한 영화와 드라마도 준비 중이다. 또 다른 출발이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사진 강영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