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0년 영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이후 충무로에서 주목받는 인사가 된 류승완-승범 형제가 또 한 번 한국 영화계의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두 사람이 참여한 영화 ‘베를린’이 개봉 1주일 만에 관객 300만명을 동원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메트릭스’ 시리즈로 유명한 워쇼스키 형제(지금은 남매)도 최근 한국을 찾아 의외의 매력을 선보였다. 국내외 영화계 형제들을 모았다.
형 류승완은 ‘홍콩 액션 키드’로, 동생 류승범은 ‘충무로 악동’으로 한국 영화계에서 주목을 받았다.
류 감독은 1996년 단편영화 ‘변질헤드’로 데뷔, 박찬욱 감독의 연출부를 거치며 영화를 배웠다. 류승범은 처음부터 영화배우가 될 준비를 해 본 적도 없었다.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제작 당시, 형이 느닷없이 류승범에게 출연을 제안한 게 시작이었다. DJ 생활을 전전하며 연예계에 막연한 환상을 갖고 있던 동생에게 기회를 준 것.
이를 시작으로 류승완은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로 청룡영화제 신인 감독상을 수상, 류승범 역시 ‘충무로의 혜성’ 으로 불리며 톱배우의 반열에 올랐다.
서로를 가장 잘 아는 만큼 두 사람의 공동 작업은 훌륭한 성과를 이뤄냈다. 그러나 류승범이 형과 함께 8편이나 작업을 하게 된 건 혈연 때문만은 아니다. 류 감독은 “류승범은 완벽하다. 오히려 지나치게 몰입하는 게 흠이랄까. 그의 연기는 흠잡을 게 없다”고 언급한 바 있다. 지난달 30일, ‘부당거래’ 이후 3년 만에 ‘베를린’을 들고 스크린으로 돌아온 류 감독은 이번에도 동생과 의기투합했다. 호평이 이어지고 있어 출발이 좋다.
●‘파킹 찬스’ 박찬욱-찬경 형제
지난 2011년 베를린국제영화제 단편부문 대상인 황금곰상은 박찬욱-박찬경 형제 감독에게 돌아갔다.
앞서 영화 ‘올드보이’와 ‘박쥐’로 각각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과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박찬욱 감독은 동생 박찬경 감독과 함께 한 작업으로 해외 영화제에서 또 한 번의 영예를 안았다.
건축과 교수 아버지의 영향으로 일찌감치 예술에 눈 뜬 형제는 한국영화계를 이끌어가는 핵심 인물로 성장했다.
두 형제가 영화작업으로 첫 호흡을 맞춘 작품은 박찬욱 감독의 데뷔작 ‘달은... 해가 꾸는 꿈’이었다. 당시 동생 박찬경은 공동 연출자가 아닌 설치 미술가로 참여했었다. 2011년 ‘다시 태어나고 싶어요’로 연출가로 데뷔한 박찬경 감독은 형과 함께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말 박찬욱-찬경 감독은 ‘PARKing CHANce’라는 이름으로 온라인 영화 ‘청출어람’을 내놓았다. 박찬경은 “‘파킹 찬스’는 우리의 자유로운 작업을 위해 만든 브랜드다. 주로 단편영화나 예술영화를 다룬다”며 계속적인 활동을 이어갈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블랙코미디의 달인’ 코엔형제
칸 영화제와 아카데미 감독상을 거머쥔 ‘코엔 형제’는 어려서부터 함께 영화를 만들었다. 형 조엘이 뉴욕대학교에서 영화, 동생 이든은 프린스턴대학교에서 철학 학위를 얻은 후 본격적으로 영화 제작에 뛰어 들었다.
주로 조엘이 감독, 이든이 제작자라고 알려져 있지만, 영화 연출부터 시나리오 집필까지 모두 공동작업을 한다.
1984년 ‘분노의 저격자’로 데뷔, 미국 독립영화를 대표하는 시네아티스트의 기수가 된 이들은 영화 ‘바톤 핑크’ ‘파고’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등 역작을 남기며 영화사에 한 획을 그었다.
●‘한 때 우리도 형제’ 워쇼스키 남매
‘메트릭스’ 시리즈를 탄생시킨 워쇼스키 남매. 사업가 아버지와 간호사이자 화가인 어머니 슬하에서 자란 이들은 영화 ‘어쌔씬’(1995) 각본에 공동 참여함으로써 영화계에 입문했다. 범죄 스릴러 영화 ‘바운드’로 연출 데뷔, 제 2의 코엔 형제로 불리며 할리우드에 이름을 알렸다.
‘메트릭스’ 시리즈 이후 첫 작품인 ‘브이 포 벤데타’까지도 흥행, 명실상부 할리우드의 최강자임을 입증했다.
그러나 2008년 이후 형 래리가 성전환 수술을 감행, 이들은 다소 어려운 시기를 겪어야만했다. 이후 개봉한 ‘스피드 레이서’와 ‘어쌔씬’에 대한 관객들의 혹평세례가 쏟아진 것에 이어 흥행마저 참패한 것. 두 사람은 남다른 형제애로 어려움을 극복, 지난해 12월 ‘클라우드 아틀라스’로 컴백해 눈길을 끌었다.
●‘Mr. 놀라운’ 놀란 형제
새로운 ‘배트맨’을 그리며 국내 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해 온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천재감독’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영화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그는 1998년 장편 ‘미행’에 이은 두 번째 영화 ‘메멘토’로 영화계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메멘토’는 동생 조나단 놀란이 원안을 쓴 것으로 두 형제의 본격적인 첫 공동작으로 유명하다.
이를 시작으로 두 사람은 각본과 연출을 맡으며 ‘프레스티지’ ‘다크나이트’ ‘인셉션’ ‘다크나이트 라이즈’ 등을 제작,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쏟아내며 명실상부 할리우드 최고 형제 감독으로 명성을 날리고 있다.
이밖에도 벨기에 출신 형제 감독 다르덴 형제, 이탈리아 출신 타비아니 형제, 각자의 필모그래피를 구축해 왔던
지난해 흥행작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배우 차태현과 제작자 차지현, ‘시’의 이창동 감독과 제작자 이준동, ‘써니’의 제작자 안병기 안진기, ‘키스할 것을’의 감독 박진표 박진오 형제 등도 한국영화계의 기둥으로 활동 중이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염은영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