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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범은 지난 2000년 영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로 데뷔해 많은 작품을 해왔다. 그럼에도 영화 ’베를린’에 참여하며 여러 가지를 느꼈고, 배우는 게 많았다. 물론 배우기만 한 건 아니다. 자신이 가진 장점을 영화에 쏟아냈다.
살아서 돌아갈 수 없는 도시 베를린을 배경으로 각자의 목적을 위해 서로가 표적이 된 최고 비밀 요원들의 생존을 향한 미션을 그린 초대형 액션 프로젝트에서 류승범은 북한군 장교 동명수를 연기, 영화의 한 축을 담당했다. 동명수는 권력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서슴지 않고 사람을 죽이는 냉혈한이다. 하정우나 한석규 등과 비교해도 존재감에서 전혀 밀리지 않는다.
"선배들과 연기를 하다 보면 이상한 오기가 발동해요. 제가 승부욕이 강한 편이거든요. 좋게 얘기하면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던 거죠. 좋은 선배들과 연기하는 기회가 흔치 않은데 선배들로부터 ’승범이와 작업해서 좋았다’는 얘기를 듣고 싶어요. 다른 동료와 연출자분들한테도 그렇고요. 그런 바람이 제 승부욕의 원동력인 것 같아요."(웃음)
그는 또 "내 성향이 긴장을 안 하는 편인데, 작품에 들어갈 때는 무척 긴장된다"며 "촬영 전에 감독들을 엄청나게 만난다. 밥을 먹거나 술을 마시는 등 많은 시간을 함께 한다. 솔직히 귀찮아하는 사람도 몇 분 있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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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영화에 대한 정보도 알고 개인적인 관계가 들어가기는 할 것"이라면서도 "그렇다고 한들 작업에 있어서 형제 관계는 소용없는 것 같다. 정해진 캐스팅이 있고, 류승완 감독 혼자 프로덕션을 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자신감도 덧붙였다. "덩치가 커진 영화에 거대 자본과 함께하는 건데 비실대는 배우라면 감독이 고집해도 함께 갈 수 없다"고 짚었다.
맞는 말이다. 류승범은 그만의 특색이 있다. 많은 이들이 그의 연기를 ’양아치 같다’고 한다. 극 중 북한 고위급 간부도 양아치 같아졌다. 솔직히 좋은 표현은 아닌 것 같다. 이런 평가를 싫어하진 않을까.
"나쁘진 않은 것 같아요. 양아치보다는 날라리라는 쪽이 더 좋을 것 같긴 하지만요.(웃음) 주변에서도 제 연기 스타일을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배우는 작품의 색깔을 잘 입어야 하는 거잖아요. 그 이미지를 제가 만든 건 아니라서 바꿀 순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일단 제게 맡겨진 미션을 충실히 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해요. 거부할 필요도 없는 것 같고, 속상할 필요도 없어요."
류승범은 촬영이 끝나고 다시 또 베를린을 찾았다. 머리도 식힐 겸 여행 삼아 다시 갔다 왔다고 한다. 빡빡한 촬영 스케줄 탓에 베를린을 즐기지 못했던 그는 여유롭게 지하철을 타고 내리고 싶은 곳에서 내려 많은 곳을 구경을 했다. 그렇게 다시 베를린을 머릿속에 넣었다. 그는 "종종 작품이 끝날 때면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해 떠난다"며 "편안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것 같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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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지난해 9월 한국행 일본 비행기에서 7시간이나 갇히는 아찔한 상황이 있었다. 마인드 자체가 많이 바뀌었다. ’항상 웃자’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사람이 쉽게 변하겠느냐마는 ’긍정적으로 바라보자’고 생각한다. 어떤 시간과 공간, 사람들과 있더라도 좋은 쪽으로 생각하려 한다. 누군가가 나를 만났거나, 나를 떠올릴 때 기분이 좋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참고로, 이 이야기는 하정우의 감독 데뷔작 ’롤러코스터’로 관객을 만난다. 류승범이 원안자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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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감독님(형을 감독님이라고 표현했다)이 많이 고생했어요. 손뼉 쳐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우리의 일이니까 다른 사람들에게 강요할 순 없지만, 현장에 있었던 사람으로서 아무나 못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감독님과 영화의 성공과 실패를 떠나 자축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문자를 주고 받아요. 저는 그럴만한 자격이 있는 영화라고 생각해요."(웃음)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사진 강영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