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한을 뜨겁게 달군 MBC 드라마 ‘보고싶다’(극본 문희정/연출 이재동)의 윤은혜가 해피엔딩 결말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보고싶다’는 14년 전 아픔을 간직한 첫사랑 한정우(박유천 분), 이수연(윤은혜 분)이 우여곡절 끝에 사랑을 확인하고 둘만의 결혼식을 올리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됐다.
상상조차 하기 힘든 소통의 나날들을 이겨낸 뒤, 첫눈 오는 날 맺은 결실이라는 점에서 여느 멜로극보다 더 달콤한 결말이었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총을 겨누며 대립하던 강형준(유승호 분)과의 팽팽한 긴장을 떠올리면 맥이 빠진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더욱이 드라마 중반 진행된 간담회에서 박유천은 “개인적으로 새드엔딩이어도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하며 조심스럽게 결말의 분위기를 암시한 바, 순식간에 모든 사건이 정리된 감도 없지 않다.
당사자, 윤은혜의 생각은 어땠을까. 최근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와 만난 윤은혜는 극중 한정우와 이수연이 결혼할 줄 알았느냐는 질문에 “우리 안에서도 전혀 결말을 예측하지 못했지만, 나는 무조건 해피엔딩을 원했었다”고 강하게 말했다.
윤은혜는 “만약 누군가의 죽음으로 끝났다면, 수연이는 너무 불쌍하고 비극적인 인물이 된다. 정우나 해리 중 한 명에게라도 어떤 문제가 생기면, 앞으로의 삶도 너무 불행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해리가 죽으면 정우랑 과연 잘 될 수 있을까요. 그렇다고 정우에게 문제가 생기면? 그럼 수연이가 너무 불행해지는 것이고, 상처가 너무 큰 거죠. 개인적으로는 적어도 이런 힘든 일을 겪은 사람에게 나쁜 결말을 주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계속 해왔어요. 나(수연)를 통해, 행복한 결말을 줬음 하고 바랬었죠.”
유년기 ‘살인자의 딸’이라는 멍에를 안고 외톨이로 살아온 이수연. 심지어 15세의 어린 나이에 성폭행까지 당한 만만치 않은 캐릭터를 연기한 데 대해 윤은혜는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마무리될 때 즈음엔 오히려 전작들보다 더 편했다”고 털어놨다.
“인물이 설명되는 과정이 일반적이지 않다 보니 그 인물을 표현하는 게 힘들었어요. 수연이가 그간의 힘든 시간을 어떻게 살아왔는지, 앞으로 어떻게 헤쳐 나갈지 등 어떤 것도 설명되지 않고, 해답도 없었거든요. 하지만 엄마를 만나고 정우에 대한 오해가 풀리면서 상처가 치유되는 과정으로 돌아가면서 오히려 더 편안해졌어요. 드라마를 통해 수연가 치유됐으니까요.”
윤은혜는 “마지막 이수연의 모습은, 어떤 면에선 실제 나와 비슷한 부분이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촬영 막바지에 체력적으로 힘들었지만 드라마가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캐릭터를 버려야지 하는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끝났다는 게 크게 실감도 안 났다”고 덧붙였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사진 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