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찍는 내내 아이들이 생각났어요. 집에 가면 실제 아이들에게 하는 장난, 버릇들을 사용했거든요. 두 아들을 가진 아빠이다 보니, 본능적인 내 안의 부성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사실 예전부터 딸이 참 갖고 싶었는데…. 셋째도 아들이 나올까봐 포기했죠. 하하!”
지난해 영화 ‘최종병기 활’ ‘내 아내의 모든 것’ ‘광해, 왕이 된 남자’로 ‘흥행킹’으로 떠오른 배우 류승룡이 이번엔 사랑스러운 ‘바보 아빠’로 또 한 번 파격적인 변신을 감행했습니다.
류승룡은 23일 개봉한 ‘7번방의 선물’에서 6세 지능을 가진 정신지체장애자이지만 눈물겨운 부정을 지닌, ‘딸바보’ 이용구를 연기했습니다. 늘 강렬한 카리스마를 보여줬던 류승룡에게 ‘딸바보’ 이용구는 그야말로 예상치 못한 ‘도전’이었습니다.
“정신발달지체인들에 대한 기존의 과장된 표현 방식을 탈피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저의 한정된 지식과 연륜, 경험으로는 부족했죠. 일산의 한 빵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20대 후반의 정신지체 남성을 롤모델로 삼았어요. 항상 해맑은 웃음이 있고 매사에 긍정적인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그와 우리 아이들, 시나리오 이 세 가지를 통해 이용구를 만나게 됐죠.”
시나리오 분석은 연극 시절부터의 그의 버릇이자 습관. 작품에 임하는 순간 거의 24시간을 캐릭터에 몰입해있고, 떠오르는 생각들은 꼼꼼히 메모합니다. 이번 작품에서는 특히 그의 실제 삶과 경험들이 스며들었습니다. “부모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설명할 수 없는 초인적인 본능이 있다. 더군다나 이용구 같은 상황이라면 평범한 사람들보다도 더 진한 부정이 있을 것 같았다”고 말하는 그의 눈이 어느새 촉촉해졌습니다.
“내가 늘 봐왔던 아버지, 어머니의 무조건적인 사랑? 그게 ‘딸바보’ 이용구의 답인 것 같아요. 코미디가 극 전면에 배치됐지만 분명 그 안에는 슬프고 아픈 이야기들도 있어요. 무조건 희화화하고 과장된 것만 웃음과 감동을 주진 않죠. 보다 진지함을 갖고 가야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생애 가장 밝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맡았지만 그는 어느 때 보다 진지했습니다. 7번방의 선물’이 ‘착한 영화’의 전형성을 벗어나지 못한 채로도 웃음과 감동을 모두 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과장하거나 거추장스럽게 꾸미지 않았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저 역시 아버지를 통해 참 많은 사랑을 배운 것 같아요. 사실 아버지는 타고난 ‘애처가’ 이시지만 제게는 무뚝뚝한 분이셨어요. 워낙 먹고 살기 힘든 시대였다 보니 지금과 같은 마음의 여유가 없으셨겠죠. 제 또래 대부분의 부자 관계가 다 그럴걸요? 근데 그 진심이 느껴지는 순간 눈물이 쏟아지고 가슴이 뜨거워지는 거예요. 수만 번의 말보다 더 큰 가르침이 됐죠.”
기존의 영화 ‘포레스트 검프’ ‘아이 엠 샘’ ‘말아톤’ 등과 달리 ‘7번가의 선물’에는 ‘바보아빠’ 이용구가 어떤 부모와 환경에서 자랐는지, 어떤 사랑을 통해 딸 예승을 얻게 됐는지 설명되지 않았습니다. 류승룡의 머릿속에서 만들어진 숨겨진 이야기가 바로 이들 영화에서 보여준 인물들과의 차이를 빚어낼 뿐.
“섣부른 이야기는 하지 않을래요. 관객들의 자유로운 상상도 영화를 즐기는 데 분명 중요한 요소가 될 거에요. 다만 우리 영화를 보시는 관객 분들이 한 번 쯤 부모님의 사랑을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된다면 좋겠네요. 사회적인 약자, 소외
류승룡은 자신에게 찾아온 ‘제2의 전성기’에 대해 큰 의미를 두진 않는다고 했습니다. 더 많은 작품을 통해 앞으로도 한참을 관객들을 찾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언제나 그렇듯이 좋은 작품, 매력적인 캐릭터, 깊이 있는 연기력으로 사랑에 보답하겠다”며 인터뷰를 마쳤습니다.
[사진= 스타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