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영화 ‘최종병기 활’ ‘내 아내의 모든 것’ ‘광해, 왕이 된 남자’로 ‘흥행킹’으로 떠오른 배우 류승룡(43)이 이번엔 사랑스러운 ‘바보 아빠’로 또 한 번 파격적인 변신을 감행했다.
류승룡은 23일 개봉한 ‘7번방의 선물’에서 6세 지능을 가진 정신지체장애자이지만 눈물겨운 부정을 지닌, ‘딸바보’ 이용구를 연기했다. 아내도 없는 환경 속에서도 사랑 하나로 딸을 키우는 맑고 순수한 심성을 가진 인물이다.
선과 악, 주·조연을 넘나들며 늘 강렬한 카리스마를 보여줬던 류승룡에게 ‘딸바보’ 이용구는 그야말로 예상치 못한 ‘도전’이었다. “나 스스로도 상상해 본 적 없는, 새로운 역할들과의 만남에 매번 깜짝 놀라고 있다. 이번에도 역시 그랬다”고 그가 말했다.
“정신발달지체인들에 대한 기존의 과장된 표현 방식을 탈피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저의 한정된 지식과 연륜, 경험으로는 부족했죠. 일산의 한 빵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20대 후반의 정신지체 남성을 롤모델로 삼았어요. 항상 해맑은 웃음이 있고 매사에 긍정적인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그와 우리 아이들, 시나리오 이 세 가지를 통해 이용구를 만나게 됐죠.”
“내가 늘 봐왔던 아버지, 어머니의 무조건적인 사랑? 그게 ‘딸바보’ 이용구의 답인 것 같아요. 코미디가 극 전면에 배치됐지만 분명 그 안에는 슬프고 아픈 이야기들도 있어요. 무조건 희화화하고 과장된 것만 웃음과 감동을 주진 않죠. 보다 진지함을 갖고 가야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생애 가장 밝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맡았지만 그는 어느 때 보다 진지했다. 장애가 있건 없건, 모성이든 부성이든, 그것이 자식에 대한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는 부모의 사랑에 대한 예의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7번방의 선물’이 ‘착한 영화’의 전형성을 벗어나지 못한 채로도 웃음과 감동을 모두 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과장하거나 거추장스럽게 꾸미지 않았다.
“저 역시 아버지를 통해 참 많은 사랑을 배운 것 같아요. 사실 아버지는 타고난 ‘애처가’ 이시지만 제게는 무뚝뚝한 분이셨어요. 워낙 먹고 살기 힘든 시대였다 보니 지금과 같은 마음의 여유가 없으셨겠죠. 제 또래 대부분의 부자 관계가 다 그럴걸요? 근데 그 진심이 느껴지는 순간 눈물이 쏟아지고 가슴이 뜨거워지는 거예요. 수만 번의 말보다 더 큰 가르침이 됐죠.”
“섣부른 이야기는 하지 않을래요. 관객들의 자유로운 상상도 영화를 즐기는 데 분명 중요한 요소가 될 거에요. 다만 우리 영화를 보시는 관객 분들이 한 번 쯤 부모님의 사랑을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된다면 좋겠네요. 사회적인 약자, 소외된 계층에 대한 고정관념에 대해서도요.”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사진 팽현준 기자 kiki2022@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