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방송된 KBS 2TV 주말드라마 ‘내 딸 서영이’ 37회에서는 이서영(이보영 분)의 비밀을 폭로한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는 정선우(장희진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강우재(이상윤 분), 강미경(박정아 분)의 거듭된 타박에 정선우는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입장을 내놨다.
“웃긴다. 이서영 씨는 결혼하려고 거짓말했고, 넌(미경) 네 입장에서 멋있게 남고 싶어 그 거짓말을 덮었다. 내 입장에서는 이서영 씨 아주 이상하고 파렴치한 여자다. 천륜 져버린 파렴치한 여자고 거짓말로 6년 동안 사랑한 남자 빼앗아 간 여자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선우의 눈물에 여전히 차가운 시선이다. ‘국민 드라마’에서 여주인공과 대척점에 서고, 어쩌다 보니 ‘국민악녀’라는 수식어까지 얻게 된, 뭔가 야릇한 상황에 놓인 이는 바로 정선우 역의 장희진이다.
최근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와 만난 장희진은 “많은 분들이 나를 정선우와 동일시하신다. (선우를) 욕하는 것까지는 괜찮은데 ‘장희진이 그랬다’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신 것 같더라”며 한숨을 푹 쉬었다.
극중 이서영은 아버지 이삼재(천호진 분)의 존재를 숨기고 강우재와 결혼했으나 3년간 숨겨왔던 비밀이 정선우로 인해 폭로됨에 따라 전격 이혼을 선언하고 집을 나온 상태다.
하지만 많은 시청자들은 이삼재로 인해 불우했던 과거 이서영의 성장 환경에 토닥토닥 해주며, 현 상황에서도 용서를 빌기보다는 자존심을 세우는 그녀의 홀로서기를 응원하고 있다.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 개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캐릭터에 대한 이해의 정도가 달라질 수 있지만, 각 인물은 모두 각자의 행동에 그 나름대로의 그럴듯한 이유와 배경을 갖고 있다. 이는 선우 캐릭터 또한 마찬가지다.
“작가님은 정말 인간 심리를 잘 풀어주세요. 누구나 자기 입장이 있잖아요. 남들이 봤을 땐 못된 행동이지만 자기 안에서 타당성이 있죠. 초반엔 선우 캐릭터를 잡아가기 힘들었는데 점점 찍으면서 몰입하고, 이젠 선우를 이해하니 편해졌어요.”
장희진은 “선우가 이도 저도 아닌 것 처럼 보이기도 해 힘든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중간에 풀어나갈 때 점점 어려웠어요. 처음엔 선우가 절대 악녀가 아니라는 마음으로 출발했는데, 선우의 행동이 이해하기 힘든 모습으로 그려지기도 했었죠. 작가님과 의견 교환을 하고 난 지금은 선우가 타당성 있다고 생각하고요.”
하지만 그런 선우로서도 예기치 않게, 서영의 결정적인 비밀을 폭로하는 당사자가 돼 버렸다. 이를 어쩌나.
“선우가 서영의 비밀을 쥐고 흔들며, 우재오빠를 다시 어떻게 해보겠다는 그런 건 전혀 아니었어요. 그저 이서영이라는 사람이 궁금하고, 질투도 나고, 닮고 싶기도 한? 그런 복합적인 감정으로 서영을 옆에 두고 지켜봤던 건데, 어쩌다 알게 된 서영의 비밀에 대한 배신감이 선우에게도 컸던 거죠.”
특히 장희진은 “알고 보면 선우라는 아이도 괜찮은 아이다. 캐릭터를 설명할 수 있는 장면들이 있었는데 시간 관계상 빠지기도 했고, 그러면서 캐릭터 설명이 살짝 덜 되어 타당성 없는 인물로 보이기도 하지만 선우의 미묘한 감정을 잘 잡아가며 연기했다”고 말했다.
“비록 선우라는 아이는 미움 받고 있지만 중요한 건 그만큼 ‘내 딸 서영이’가 사랑받고 있다는 거죠. 미운 시선이든 좋은 시선이든 연기자로서 지금 같은 관심을 받는다는 건 참 좋은 일 같아요. 이전 작품들이 시청률이 썩 좋지 않아서 아쉬움이 있었는데 이번에 좀 풀고 있어요.”
장희진은 “‘내 딸 서영이’를 잘 마무리하고 다른 작품으로 나왔을 땐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현재 ‘내 딸 서영이’는 연일 40%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인기리에 방영 중이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사진 강영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