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던 건달 광호(박신양)가 사고로 손금이 바뀌면서 낮에는 박수, 밤에는 건달로 이중 생활을 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유치한 코미디 정도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대부분이 눈물을 훔치거나 감동을 받고 나온다. 배꼽 잡게 하는 코믹한 요소는 당연하다.
아울러 첫 장면부터 나오는 자동차 추격전과 액션 장면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오랜만에 스크린에 등장한 박신양과 아역 윤송이의 연기 호흡, ‘감초 연기의 대명사’ 김정태 등이 영화를 풍부하게 만든다.
‘명품’ 연기로 극을 맛깔나게 살리는 배우 김정태(41). 극중 광호의 손금을 바꾼 장본인 태주를 연기했다. 삼인자 건달 태주는 광호를 무척이나 싫어하고 결국 칼을 들고 태주를 찌른다. 깐족대는 게 머리를 한 대 때려주고 싶을 정도로 너무나 얄미운 캐릭터다.
그는 자신보다 극에서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는 윤송이의 공을 칭찬했다. “사실 난 이 꼬맹이와 부딪히는 신이 거의 없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 나서 너무 귀엽고 예뻤고 울컥하게 하기도 했다”며 “우리 영화 기여도를 따지자면 박신양 선배가 40%, 이 아이가 40%, 내가 한 10% 정도 되지 않을까 한다”고 자신을 낮췄다.
극중 콤비로 나온 김형범과의 호흡도 영화에 큰 도움이 됐다. 김정태는 우스갯소리로 김형범을 깎아내리기도 하고, 그와 관련한 농담과 유머를 시종 유쾌하게 전했다. 이 영화로 알게 됐다고 하는데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듯 너무 친해 보였다.
“촬영장에서 그 친구는 나보고 웃고, 나는 또 그 친구를 보고 엄청나게 웃었어요. 술자리에서도 엄청 웃겨요. 이 친구가 ‘형님, 인생은 뭘까?’라고 묻고, 나는 ‘인생은 나그넷길’이라고 대답해요. 이런 농담을 서로 2시간을 해요. 황당하기도 하지만 엄청 웃기기도 했죠.”(웃음)
그는 “다 다른 사람이 각자 연기를 하는 거니 절대 같을 순 없다”며 “위협을 느끼거나 위태로운 건 없다. 특히 형범이 같은 경우는 위협이라기보다는 안타까움이다. 이 친구도 잘되면 좋겠다”고 했다. 하지만 “아직 잘 안 되는 것을 보면 빨리 놓을 건 놓아야 한다”며 또다시 유쾌하게 농담을 건넨다.
김정태는 주인공도 하긴 했지만, 조연으로 더 작품을 빛내주는 역할을 많이 했다. 감독과 PD들이 좋아하는 배우다. 각 작품에서 톡톡 튀고 웃음을 주는 역할이 하나쯤은 있기 마련. 그 때문에 많은 섭외가 들어올 것 같다. 하지만 배우들이 무턱대고 아무 작품이나 출연하는 건 아니다. 다작한다고 해서 필모그래피가 좋은 건 아니다.
김정태는 많은 러브콜을 어떻게 거절할까. 그는 “재작년부터 인지도가 높아져서 우정 출연을 많이 부탁하셨고, 잘 나간다고 안 하면 욕먹을 것 같아서 많이 참여했다”며 “하지만 우정 출연한 다음에 밥 한 번 사주는 분을 못 봤다. 그래서 이제는 정중하게 거절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유의 유머러스한 말투로 “우정은 오랜 추억으로, 술자리에서 술 마시면서 유지하자고 한다”고 덧붙였다.
올해도 그는 다양한 작품으로 인사를 한다. 영화 ‘7번 방의 선물’, ‘세계 일주’, ‘남자사용설명서’, ‘깡철이’ 등. 우정 출연을 부탁받고 어쩔 수 없이 참여한 작품들이 아니다. 자신의 캐릭터는 소비해야겠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연기한 작품들이다. ‘박수건달’부터 시작이다.
그는 “기회가 되면 주인공도 할 수 있고, 조연도 할 수 있다”며 “하지만 조연만 평생 하고 싶다는 생각은 당연히 없다”고 강조했다. “기회가 되면 할리우드 조연들처럼 독립 장편 영화에서는 주연도 하는 기회를 갖고 싶어요. 전 어떤 틀에 갇혀 있는 것을 정말 싫어하거든요? 또 모르죠. 제가 한가인과 멜로드라마를 찍을 수도 있잖아요?”(웃음)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사진 팽현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