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를 어쩌나. 제작진도 자막을 통해 “길을 잃었다”고 인정했다. 악천후 높은 파도에 표류하는 배 ‘무릎팍’ 호를 끌고 산으로 간(?) 이는 다름 아닌 ‘국민남편’ 유준상. 이렇게 길을 제대로 잃어버리기도 쉽지 않았으리라.
배우 유준상이 ‘무릎팍도사’ 강호동도 못 당해낼 파이팅과 폭풍 카리스마로 심야 브라운관을 꽉 채웠다. 동시간대 경쟁 예능 프로그램이 다수 게스트가 출연해 다양한 이야기를 꺼내놓은 것과 달리, 단독 게스트였던 그는 스튜디오를 쩌렁쩌렁하게 한 진정한 ‘울림’으로 시청자를 초토화시켰다.
10일 방송된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에 출연한 유준상은 지난해 ‘국민남편’ 열풍의 중심에 선 인물로 이미 최근 SBS, KBS의 토크쇼에 출연해 다양한 에피소드를 꺼내놓은 바 있다. 때문에 그는 자신의 출연이 그리 신선하게 다가오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걸 스스로 인정했다.
하지만 작정하고 출연한 그를 말릴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무릎팍도사’ 3인방 강호동, 유세윤, 광희는 유준상의 페이스에 제대로 말려 들어 특유의 예리한 질문을 던지기 보다는 유준상에게 끌려가는 형국이 됐다. 일면 ‘무릎팍도사’답지 않았지만, 큰 웃음을 주기엔 충분했다.
이날 유준상은 최근 영화 촬영 중 입은 십자인대 파열 부상 관련 에피소드로 ‘19금’ 수위를 넘나드는가 하면, 홍상수 감독과 관련된 영화 에피소드로 ‘무릎팍도사’를 조련했다. 촬영 당일 아침 대본을 주는 홍상수 감독의 촬영 스타일이 고스란이 녹아든 토크 형태 덕분에 미리 제작진이 준비해 둔 대본도 유명무실해졌다.
![]() |
‘야동’ 광희 역시 두 손 들었다. 평소 ‘조증’으로 보일 정도로 열정적인 모습을 보였던 광희였지만 유준상의 원맨쇼를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무릎팍도사’ 강호동 또한 8년 전 테니스 에피소드 외엔 치고 들어갈 시기를 잡지 못하고 우물쭈물했으니. 광희는 “나도 방송에서 상당히 에너지가 넘치는 편인데, 나보다 에너지가 넘치는 분은 오늘 처음 봤다”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결국 이날 방송 내내 “나는 아무리 쥐어 짜내도 1회분” “정우성 만큼은 안 된다”며 자조 섞인 발언을 쏟아낸 유준상은 2회분을 뽑아내는 데 성공했다. 이 유쾌한 ‘유준상 원맨쇼’는 어쩌면 토크쇼 홍수 시대, 그만의 매력을 간직한 ‘무릎팍도사’이기에 가능했던 것.
비록 이날 ‘무릎팍도사’는 표류했지만 결코 침몰하지 않았다. 데뷔 18년 만에 재조명되고 있는 유준상의 아우라와 ‘무릎팍도사’의 ‘케미’(화학작용)가 상당했던 다음 주 ‘무릎팍도사’가 더욱 기대된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