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SM을 나올 때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이젠 가수를 안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나왔던 것도 아니고요. 사춘기 비슷한 것이 었나봐요. 쉬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대형 기획사 연습생은 겉에서 보는 것 보다 훨씬 불안한 위치였다.
“다른 것 보다 내 옆에 있는 친구들은 하나둘씩 데뷔를 하는데 나는 하지 못하고 뒤쳐진다는 생각이 가장 힘들게 만들었던 것 같아요. 어쩌면 스스로를 방어하려고 자기변명을 하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기간이 계속 길어지다 보면 나약해지고 겁나는 건 어쩔 수 없거든요. 내부적으로 경쟁이 치열한 만큼 그런 부분들이 가장 어려운 숙제였어요.”
실제로 이환희는 SM을 나온 후에 진로를 바꿀까 진지하게 고민했다고 한다. 유치원 교사나 스튜어디스 같은 직업군을 생각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가던 길을 멈추는 것 까지는 가능했지만 방향을 바꾸는 것까지는 불가능했던가 보다.
“다시 회사를 찾는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어요. 나는 이걸 하는게 맞다는 생각을 나와서야 비로소 깨달았던 거죠. 사실 그 전에는 정확히 왜 내가 이걸 해야하는지 몰랐던 것이 맞는 것 같고요. SM을 계속 다녔다면 알게 되더라도 한참 오래 걸렸겠죠.”
잠시나마 자유롭게 생각할 시간 뿐 아니라 정해진 연습시간 같은 것도 사라지고 나니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진 것도 사실이었다.
“남자친구도 만나고, 친구들하고 신나게 놀아보기도 하고, 좋았어요. 그때서야 비로소 제가 우물 안에 있었구나라는 걸 깨달았던 거죠. 시키는 것, 던져주는 것만 하다 보니 그것이 타성에 젖었던 것 같아요. 또 사실 학창시절을 연습생으로 보내다 보니 친구들을 사귈 기회가 많지 않았거든요. 그게 가장 아쉬웠던 부분이기도 했고요. 회사를 나오고 그런 경험들이 제게 차곡차곡 쌓였다고 생각해요.”
“SM을 나와서 처음에는 걸그룹을 만들어 데뷔를 준비했었어요. 근데 여러번 기획 단계에서 진행이 안됐죠. 결국 솔로로 나오긴 했지만 우여곡절들이 많았어요. 사실 함께 데뷔하려고 준비한 친구들 중에는 기본기가 잘 갖춰지지 못한 친구들도 있었어요. 단지 연예인이 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친구들도 있었고요. 그런 친구들과 함께 하기는 어렵죠. SM이 저를 참 잘 가르쳐줬구나 하는 생각도 다시금 하게 됐죠.”이환희의 노래 ‘먼로스 힐’은 꼭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듯 한 곡이다. 보이는 화려함 이면에 감춰졌던 이야기들이 이 노래의 주제이기 때문이다.
“마릴린 먼로가 하이힐의 한쪽 굽을 다른 쪽 보다 낮게 해서 신고 다녔다고 하네요. 걸을 때 섹시해 보이려고요. 그 덕분에 마릴린 먼로는 허리디스크로 고통을 받았고요. 현대 여성의 도도하고 당당함을 표현하는 노래지만 동시에 그 안에 들어있는 고통에 대한 이야기 이기도 해요. 제 이야기에요.”
한편 이환희의 노래 ‘먼로스 힐’은 섹시함과 강렬한 퍼포먼스를 내세운 댄스곡으로 작곡가 김건우의 노래다. 이환희는 15일 ‘비. 하이브’에서 첫 정식 쇼케이스를 열고 본격적인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