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제인간 손미와 사랑하는 남편을 기다리는 틸다, 말 많은 멕시코 출신 종업원. 영화 ‘클라우드 아틀라스’에서 1인 3역을 수행한 배두나의 역할들이다. 각기 다른 그의 3색 매력이 철철 넘친다.
대부분의 시간을 손미로 보냈고, 영상에 더 많이 나오니 당연히 배두나는 손미로 보인다. 2144년 네오 서울(Neo Seoul)에서 레스토랑에 갇힌 채 종업원으로 일하는 복제인간인 그는 순혈인간(짐 스터게스)에 의해 탈출에 성공한 뒤, 이 세계 이면에 숨겨진 충격적 진실과 마주하는데, 혼란과 갈등을 적절하게 표현한 그 얼굴과 표정 연기가 관객을 빠져들게 만들 수밖에 없다.
1849년 태평양을 항해하는 상선에 올랐다가 미스터리한 일을 겪게 되는 변호사 어윙(짐 스터게스)의 아내 틸다와 핵발전소를 둘러싼 비리와 진실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된 여기자(할리 베리)가 도망치다 마주하는 멕시코 출신 종업원도 배두나의 새로운 면을 보여준다. 특히 멕시코 종업원은 배두나라는 걸 상상도 하지 못할 정도로 다른 모습이다. 실제 스크린을 통해 나타나는 모습이 어떤지 바라보는 것만도 흥미롭다.
굳이 따지자면 6개의 이야기 속 등장인물들은 1인 다역으로 인종과 성별, 얼굴 형태 등을 바꿔 등장한다. 감독들은 극중 주요 캐릭터들의 몸에 있는 혜성 모양의 버스마크(Birthmark)를 통해 이 돌고 도는 삶을 설명한다. 또 친절하게도 관객이 놓친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를 마지막 엔딩 크레디트에서 공개하는데 이것 또한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공동연출자인 톰 티크베어 감독이 직접 작곡한 ‘클라우드 아틀라스 6중주’가 극 전반에 흐르는 의미 또한 남다르다. 6개의 시공간이기도 하지만, 극을 이끄는 중심인물인 톰 행크스, 휴 그랜트, 할리 베리, 배두나, 짐 스터게스, 벤 위쇼가 어우러지는 앙상블이라고도 볼 수 있다.
데이비드 미첼의 2004년 동명소설을 스크린으로 옮겼다. 9일 개봉. 172분. 청소년 관람불가.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