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킷 리스트라고 있죠? 많은 분들이 여기까지만 하고 귀농해서 전원주택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잖아요. 저도 그래요. 하지만 현실에서 직장이나 교육 문제 등으로 그 생각을 미루다가 기회를 잃게 되는 경우가 많잖아요.”
못마땅한 건 안 하고, 할 말은 하고 살고 싶은 이 시대의 갑(?). 가장 최해갑(김윤석)과 그를 무조건 믿어주는 아내 안봉희(오연수), 그리고 세 아이들(한예리, 백승환, 박사랑)은 행복을 찾아 남쪽의 섬으로 무작정 떠난다.
최해갑은 제멋대로 정해진 국민연금과 납득할 수 없다며 TV 수신료도 거부, 부실한 학교 급식에 당당히 교장 면담을 요구하는 등 이 시대를 살아가면서 누구나 생각하지만 현실 여건 상 힘든 캐릭터다. 그가 말하고자 하는 이상은 현실이 될 수 있을까.
‘타짜’, ‘추격자’, ‘거북이 달린다’, ‘전우치’, ‘완득이’, ‘도둑들’ 등을 통해 카리스마는 물론 친근하면서도 존재감 강한 연기를 선보인 김윤석이 또 다른 도전에 나서는 셈이다.
김윤석은 “최해갑은 본인의 신념을 뱉어내고 인생을 꿰뚫어 본다. 넉넉함과 여유가 있고, 사람을 미워하지 않는다. 사건을 해결하고 나서 뒤끝도 없고, 자유로운 영혼의 느낌인데 그런 영혼이 부럽다”며 “나는 아직까지 그렇게 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소심하고 예민한 사람이다. 최해갑을 연기하면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고 만족해했다.
“15년 만에 7번째 영화”라고 한 오연수는 “기피하진 않았는데 기회가 없어서 드라마만 했다. 영화를 하고 나서 보니 예전 작업도 생각이 났고, 앞으로도 계속 영화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며 “내가 겉으로는 단아하게 보이지만 아시는 분은 안다. 난 절대 단아하지 않다. 극중 내가 맡은 인물도 비슷하다”고 웃었다.
충무로에서 수많은 러브콜을 받는 김성균은 최해갑의 후배 만덕을 연기했다. 김성균은 “살인범 아니면 조폭을 연기했는데 순수하고 착한, 섬에서 살다가 최해갑을 만나기 위해 서울로 상경하는 순수한 시골 청년 역을 맡았다”고 좋아했다. 지난해 각종 영화제에서 신인상을 휩쓴 그는 “작년에는 상을 많이 받아 알아보시는 분이 많았는데 해가 바뀌니 못 알아보시더라. 다시 신인으로 돌아간 느낌”이라고 솔직히 말해 주위를 웃겼다.
독립영화에서는 이미 유명하고 영화 ‘코리아’를 통해 존개감을 드러낸 한예리가 첫째딸, ‘도가니’에서 대중을 가슴아프게 한 백승환이 둘째 아들, 아역배우 박사랑이 막내딸로 나온다.
한예리는 “처음에는 이런 아빠가 있을지 이해 못해 답답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내가 사랑 받고 있고, 아빠와 너무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아빠가 있다면 통쾌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회상했다.
특히 부부로 나온 김윤석과 오연수는 서로를 칭찬했다. 오연수는 “이야기도 좋았지만 김윤석씨가 한다고 한 게 출연하게 된 큰 계기였다”고 밝혔다. 김윤석은 “오연수씨는 지금까지 만난 어떤 여성보다 강하다. 그 강한 모습이 굉장히 매력적인데 동성이었다면 친구 먹고 싶을 정도였다”며 “굉장히 넓고 강한 면이 있다. 나보다 강한 면이 있는 것 같다”고 좋아했다.
김윤석은 또 “오연수는 사람들이 단아하다고 생각하는데 그 속에 있는 강단이 역할이 잘 어울렸다”며 “오연수가 출연한 드라마 ‘달콤한 인생’을 놓쳤었는데 섬에서 촬영하며 숙소에서 보고 반했다. 기회가 된다면 멜로를 함께 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영화는 2월7일 개봉 예정이다. 김윤석이 각본에도 참여해 눈길을 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사진 강영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