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규는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진행된 MBC 새 주말드라마 ‘백년의 유산’(극본 구현숙/연출 주성우) 제작발표회에서 “젊었을 땐 다소 불편한 성격이었는데 어떤 계기로 달라지게 됐다”고 말했다.
극중 60대 몰락한 테너 강진 역을 맡아 30대 억척녀 선우선과 커플 연기를 펼치게 된 박영규는 “숀 코네리 같은 배우처럼, 나이가 들어도 젊은 여성에게 섹스어필 하고 로맨틱한 감정을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영규는 “그런 역할로 성공하려면 실제 내 마음이 그러해야 하고, 평소 삶에 묻어 있어야 한다”며 “그런 게 없는 연기는 가짜다. 연기는 가짜로 하면 안 되는 것이다. 평소 살면서도 편안함을 주면서 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박영규는 “젊었을 땐 실제로 좀 불편한 성격이었는데, 어떤 계기로 편안함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돼야겠다, 많은 걸 내려놓게 됐다”고 말했다. 변하게 된 계기는 다음 아닌 8년 전, 아들의 사고사였다.
박영규의 아들은 미국에서 유학하던 중 교통사고로 사망해 큰 충격을 줬다. 담담하게 말을 이어가던 박영규는 “지독한 고통 속에서, 어쩌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변했다. 내려놓다보면 어떤 것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그 가치를 대변해줄 수 있는 무언가가 오리라 믿고 나의 고통을 이기려 노력했다”며 “그 때문에 이만큼 견뎌왔고, 내려놓은 뒤 세상을 좀 더 내 기준이 아닌 세상의 기준과 배려하는 마음을 갖게 되니 이런 캐스팅도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박영규는 “이율배반적인 게, 어떻게 보면, 아들한테 미안한데, 그 계기가 또 나를 이렇게 만들어줬다고 생각한다”며 “좋다고 얘기해야 하나. 이게 잘 안 된다. 그러면서 용기를 내고 이겨내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쓸쓸하게 말했다.
한편 ‘백년의 유산’은 서울 변두리의 오래된 노포를 배경으로 삼대째 국수공장을 운영하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다룬 따뜻한 홈드라마다. 5일 첫 방송.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사진 팽현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