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신형 시험유형 vs 수능형 시험유형
‘학교 2013’ 8화에서 교장 임정수(박해미)는 내신 수업 위주의 교육을 수능 맞춤형 교육으로 바꾸라고 지시한다. 이에 정인재(장나라)는 “교육방침은 교사의 고유 권한”이라며 반박하지만, 임정수는 수능형 수업만을 추구하는 강세찬(최다니엘)과 정인재의 수업을 대결시킨다.
실제 학교 현장에서도 내신형 방식과 수능형 방식의 갈등이 있을까. 현실에서는 수능형 방식이 압도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A고등학교(강남) ‘ㄱ’교사는 “강남쪽은 이미 대부분 수능형으로 문제를 출제한다”며 “학교에서 지시하는 것이 아닌, 교사가 자발적으로 그렇게 출제를 한다”고 말했다. 또 “시험 출제를 위해선 당연히 수업도 수능형 방식으로 흐르게 된다”고 덧붙였다.
타 지역의 사정도 다르지 않았다. B고등학교(강북) ‘ㄴ’교사는 “내신형으로 수업을 하면 학생들이 수업을 듣지 않는다”라며 “교과서를 수능 방식처럼 가르치는 게 대세”라고 말했다.
이러한 방식에 대해 학생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고등학교 2학년인 김 모 군은 “수능 공부를 하기도 바쁘기에 학교 수업과 시험이 수능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이 좋다”며 “내신형으로 가르치는 선생님은 친구들 사이에서 도움 안되는 수업이라는 평이 돌아 수업 참여도가 저조하다”고 말했다.
‘학교 2013’ 7화에 박흥수(김우빈)가 학교 폭력 주범으로 몰리면서 학교폭력대책위원회가 열렸다. 교사들과 교장 임정수(박해미)의 의견은 대체적으로 흥수를 학교에서 내보내는 것이었다. 99를 위해 1을 희생시키는 ‘사회적’ 행태가 학교에서 벌어진 것이었다.
극 중에서는 정인재(장나라)와 강세찬(최다니엘) 등 교사의 노력으로 박흥수는 학교에 남지만 실제 학교 현장에서는 그렇지 못했다. C고등학교(강남) ‘ㄷ’교사는 “문제아가 학급에 생기면 그 학생을 빨리 전학을 보내려 하는 교사와 그 학생에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교사로 나뉜다”라며 “만약 극과 같이 ‘학폭위’가 열린다면 피의자 학생의 편을 들어주는 교사는 드물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교사들의 행동에 비난의 목소리도 있다. 사회가 아닌 학교이기에 이들을 끝까지 책임질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다수의 학생을 위한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교사들은 입을 모았다.
D고등학교(자사고) ‘ㄹ’교사는 “최다니엘이 극 중에서 ‘한 마리 길 잃은 양을 지키다보면 다른 30명의 올바르게 가는 학생에게 피해가 간다’는 말이 가장 공감됐다”라며 “실제로 문제 학생 한 명에게 신경을 쓰다보면 다른 나머지 학생에게 피해가 가기 때문에 그럴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기자가 만난 교사들은 모두 현실에서 정인재(장나라)같은 교사는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극에서 정인재(장나라)는 문제 학생 보호를 위해 교장과의 갈등과 사표도 마다하지 않는 ‘열혈교사’로 묘사된다.
하지만 교사들은 폐쇄적인 교사 사회에서 정인재(장나라)처럼 그렇게 ‘튈’ 수 없다고 한다. ‘ㄷ’ 교사는 “교사 이전에 우리도 직장인이다”라며 “현실에선 자신의 몸을 바쳐 문제 학생을 보호하는 교사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모든 교사가 문제 학생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 젊은 교사들 사이에선 문제 학생을 개도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하지만 그들도 몇 차례에 걸친 ‘개도’ 실패 후엔, 포기를 택한다고 한다.
‘ㄹ’교사는 “젊은 교사 중에는 문제 학생을 개도하려는 이들이 있다”며 “나 역시도 젊은 시절 학교에 나오지 않는 학생 집 앞에 3일 간 찾아가 그 학생을 결국 학교로 데려왔다. 하지만 그 날도 그 학생은 다시 도망을 갔고, 결국 자퇴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경험이 1~2차 차례 반복되니 결국 그런 학생들을 포기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 시스템‧의식구조 함께 변해야…
일선교사와 학부모, 전문가는 이러한 학교 현장의 문제가 우리나라 교육 구조에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했다. 시스템 자체가 바뀌지 않으면 현장에서 벌어지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송환웅 참교육학부모회 부회장은 “성적과 대학으로만 서열화하는 우리나라 구조 상 수능만을 최우선으로 삼는 학생들의 행동은 당연하다”며 “기본적 시스템이 바뀌지 않는 한 교육의 본질인 학습의 즐거움과 관심을 되찾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수학‧과학 분야의 성적은 최상위이나 그 과목에 대한 관심도와 자신감은 하위권에 머물렀다.
또한 전문가들은 고등교육 관련자들의 의식적인 문제도 지적했다. 학생‧학부모‧교사 모두 잘못된 구조를 바로잡으려 하기보다는 이에 순응해 문제가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대 진동섭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김정훈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