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씬이 너무 많아서 처음엔 우는 게 힘들었어요. 눈물을 떨어뜨리는 것부터 오열하고, 친엄마 앞에서 못 간다고 하면서 울고, 기출 아저씨가 기자회견 하는 걸 보면서도 울고. 온갖 종류의 울음은 다 울어본 것 같아요.(웃음) 이젠 아무 설정도 없이 카메라 앞에서 우는 게 많이 편해졌고, 자신감도 생겼죠.”
최근 신사동 한 카페에서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와 만난 한지혜는 스스로 실제로는 그리 큰 슬픔을 경험해보지 않고 순탄하고 무난하게 살아왔다 했다. 혹자는 인생의 많은 경험이 연기에 자양분이 된다 하는데, 한지혜와 ‘메이퀸’ 속 천해주의 인생은 어떤 면에선 극과 극이었다.
“살면서 울어본 적이 그렇게 많진 않아서 눈물 연기를 할 때 그 슬픔의 크기를 짐작하기 어려울 때도 있었는데, 나중엔 수도꼭지처럼 울게 됐어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계속 우는데 진이 빠지는 게 아니라 나중엔 희열이 느껴지더군요.”
“미국 생활 9개월간 자신감을 많이 갖게 됐어요. 사람들의 시선에서 자유롭다는 거, 기분이 되게 좋더라고요. 아무래도 미래가 막연한 학생이 아닌, 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심적으로도 여유와 자신감이 더 생긴 것 같고요.”
초반부터 경쟁작을 누르고 치고 올라온 시청률도 부담으로 다가오기보다는 힘을 내게 된 계기가 됐다. “워낙 아역들이 잘 해 줬잖아요. 인터넷 보니 부담되겠다는 글도 많이 보이던데(웃음), 그 땐 이상하게 배짱이 있었어요. 겁도 없었고 긴장도 전혀 안 됐던 게, 욕심 부리지 말고 내가 가진 것 안에서 정말 잘 해보자 다짐했죠.”
또 하나, ‘메이퀸’으로 분명히 달라진 점은 실질적인 타이틀롤로서 한지혜가 느낀 드라마 팀 안에서의 책임감이다. “어렸을 땐 잘 모르고 연기했었는데, 이번에는 어느 순간엔가 (연기가) 너무 어렵더라고요. 그래도 긴 호흡을 통해 캐릭터에 흡수되는 과정을 완전히 알게 됐어요. 점점 몰입하게 됐고, 자신감이 많이 생겼어요.”
명품 연기로 연일 화제를 모은 아역 김유정의 바통을 이어받은 한지혜였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점점 몰입돼갔다”고 그의 연기 또한 훌륭했다. 아역 분량 후 등장하는, 특히 여배우들이 흔히 겪는 통과의례같은 연기력 논란도 없이 무난하게 ‘메이퀸’ 전면에 스며든 한지혜는 2012 MBC 연기대상에서 연속극 부문 최우수 연기상 트로피를 거머쥐기도 했다. 하지만 자신의 연기에 대해서는 겸손한 모습을 잊지 않았다.
“이번 작품을 통해 내공이 참 부족하구나 하는 걸 느꼈어요. 연기력 논란에 크게 시달리진 않지만, 그렇다고 안전하게 잘 하는 배우도 아니라는 것을요. 감사하게도 논란의 중심에 서진 않았지만, 연기 그리고 작품에 대한 진지한 생각으로 내공을 많이 키워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끊임없이 고민하고 고쳐 나갔죠. 보시는 분들 입장에서는 부족했을 수도 있지만 저 스스로는 굉장히 큰 변화였다고 생각합니다.”
결혼 3년차임에도 기혼의 느낌이 전혀 안 든다 묻자 한지혜는 “아이 낳기 전까진 아가씨 할래요”라며 까르르 웃었다. “아이 낳으면 아줌마 할래요. 김남주 선배처럼요.(웃음) 출산 계획이요? 아직 없어요. ‘메이퀸’으로 연기에 재미가 제대로 들렸거든요. 2세는 이 재미를 좀 더 만끽하고 난 뒤에 천천히 생각해볼래요.”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사진 팽현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