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워’는 투자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가 1000만 관객을 돌파한 ‘광해, 왕이 된 남자’에 이어 집중적으로 밀고 있는 작품이다. 제작비를 100억원 넘게 들여가며 컴퓨터 그래픽(CG)과 특수 효과 등에 심혈을 기울였다. 김지훈 감독은 후반작업에만 11개월 가량을 더 투입해 CG 효과가 탁월한 작품을 내놓으려고 했다.
여기에 설경구, 손예진, 김상경 등 호화 출연진을 배치해 관객의 시선몰이를 했다. 극을 풍부하게 만들기 위해 도지한, 김인권, 김성오, 차인표 등 조연 캐릭터들로 재미까지 더하려 했다.
영화는 등장인물들 이야기의 깊이에는 아쉬움이 남지만 고층빌딩의 붕괴, 폭렬, 수조 탱크 폭발, 화재 진압 장면 등 실사 촬영과 CG를 병행해 그럴 듯한 작품을 만들어냈다.
아비규환의 현장에 뛰어드는 소방대장을 연기한 설경구의 연기에 대해 “몰입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있고, 위기에 몰린 손예진에 대해서는 “숯검댕이 칠을 해도 본바탕이 예뻐서인지 슬프고 감동적인 것보다 그냥 아름답다”는 평가도 있다. 물론 이들의 연기에 만족한다는 의견도 꽤 많다. 설경구가 아내에게 전화하는 신이 “감동적”이라고 평가하고, 손예진에게 “여배우가 고생 많이 했다”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타워’는 분명 흥미를 돋우는 잘 생산된 영화임에 틀림없다. 재난영화의 전형적인 공식을 그대로 따랐고, 웃음과 감동까지 주려고 했다. “121분의 러닝 타임 가운데 약 1/3이 재난 시퀀스로 가득 채워져 관객들로 하여금 한시도 지루할 틈 없게 만든다”는 홍보 자료처럼 흥미진진한 구석이 있다. 수익성을 생각하는 상업영화에서는 당연한 것이고 똑똑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누군가가 “창의성을 찾아보기 힘든 작품”이라고 할 정도로 여기저기서 본 듯한 이미지를 차용했고, 너무나 빤한 이야기 구조라 기대치가 높았던 관객들에게는 아쉬움이 크다.
특히 ‘7광구’로 실패를 경험한 김지훈 감독이 흥미롭고 새로운 것을 보여주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다는 지적이 많다. 1974년작 외화 ‘타워링’과 ‘타워’를 비교하는 이들도 많은데, 이야기가 똑같다고 할 순 없지만 ‘타워’를 본 관객들은 ‘타워링’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약 40년 전 작품과 비교되지 않을, 아니 그 작품이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창의적이고 새로운 지점을 스크린에 표현해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이유다.
그럼에도 ‘타워’는 흥행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CJ는 괜찮은 만듦새라고 평가하고 있고 현재 반응이 나쁘지 않으니 자연스럽게 입소문이 퍼져 나가길 바라고 있다. 이후 관객 동원 추이를 보고 홍보 전략을 이어갈 예정이다. 벌써부터 지난해 1000만을 찍은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를 넘어설 수 있지 않을까하고 기대하고 있는 눈치다.
‘타워’는 서울 여의도 한복판에 세워진 108층짜리 초고층 빌딩 ‘타워 스카이’에서 벌어진 대형 화재에 맞서 살아남기 위한 사람들의 목숨을 건 이야기를 담았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