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MBC 방송센터 D공개홀에서 2012 MBC 연기대상이 진행됐다. 올 한해 동안 방송된 쟁쟁한 MBC 드라마 속 연기자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영예의 대상 트로피는 ‘마의’ 조승우에게 돌아갔다.
조승우는 이날 대상에 앞서 특별기획 부문 최우수 연기상까지 거머쥐며 2관왕에 올랐다. 하지만 최우수 연기상 수상 직후 ‘소감’을 다 쏟아낸 조승우는 대상 수상자로 호명된 후 어리둥절해 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꺼내놓은 가장 임팩트 강한 소감은 “안재욱 선배님께 죄송하다”였다.
조승우는 안재욱에게 왜 미안해해야 했을까. 연기로 평가했을 때 그의 대상에 이견을 내놓을 자 없겠으나 연기대상이 관례적으로 연기 뿐 아니라 다양한 외적 조건, 가령 팬덤이나 시청률적 기여도에 따라 달라지는 점을 감안한다면 안재욱이 무관에 그치게 된 데는 상당한 의문이 생긴다.
안재욱이 출연한 ‘빛과 그림자’는 총 64부작으로 지난해 말부터 올 여름까지 장장 7개월 동안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은 드라마다. 대박 시청률은 아니었지만 올 한해 MBC 월화극이 동시간대 1위를 굳건히 유지하게 된 토대가 된 것은 자명하다.
70~80년대 쇼 비즈니스 신화를 그리는 과정에서 유신 시대의 어두운 뒷면을 사실적으로 그려냈다는 평을 받은 ‘빛과 그림자’는 대장정에도 불구, 흐트러짐 없는 전개와 주조연 가릴 것 없는 다수 배우들의 호연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그 중에서도 단연 주연 배우 안재욱의 활약은 대단했다. 때문에 ‘빛과 그림자’의 안재욱은 최우수상 이상의 주인공이 될만한 자격이 충분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MBC는 안재욱과 ‘빛과 그림자’를 철저하게 외면했다.
MBC 측은 안재욱의 수상이 불발된 데 대해 여러 가지 견해를 내놨다. 예년과 달리 새롭게 바뀐 대상 후보자를 최우수 연기상 수상자로 압축한 점, 여기에 ‘빛과 그림자’가 상반기 방송된 작품이라는 점이 수상에 있어 다소 불리하게 작용했다고도 설명했다.
실제로 이번 MBC 연기대상은 지난 몇 년 간의 관행과 달리, 최우수상 수상자가 자동으로 대상 후보가 되는 방식으로 대상 선발 기준을 전격 변경했다. 매년 실험적인 방법을 구현한다는 MBC 연기대상이라지만 최우수 연기상을 수상자 중 대상이 나오는 것은 새삼스러울뿐 아니라 김이 빠진다.
지난해 반짝 선보였던 드라마 대상에서 배우 단독 대상 수상으로 방식을 바꾼 MBC 연기대상은 또 한 번 제 꾀에 넘어가게 됐다. 대상을 주려면 최우수상까지 함께 줘야 하는 아이러니에 빠진 것이다.
비록 신드롬적 인기는 아니었지만 ‘빛과 그림자’는 ‘해를 품은 달’과 또 다른 큰 성과를 내놨다. 10% 중후반의 시청률을 꾸준히 유지하며 동시간대 1위를 수개월 동안 굳건히 지켰다. ‘빛과 그림자’ 후속작인 ‘골든타임’과 ‘마의’가 현재 월화극 1위를 달릴 수 있게 된 데 상당한 기여를 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BC는 ‘빛과 그림자’를 버렸다. ‘해를 품은 달’이 9관왕, ‘메이퀸’ ‘신들의 만찬’ ‘보고싶다’ 등이 서너 개 이상의 상을 휩쓴 것과 대조적으로 손담비(우수 연기상), 전광렬(황금 연기상) 두 사람만이 수상하는 데 그쳤다.
안재욱은 물론, 드라마 자체가 외면받는 상황에 이르자 일부 네티즌들은 정치적 음모론까지 내놓으며 갑론을박을 이어가고 있다.
결국 ‘연기대상’ 조승우도, ‘무관의 제왕’ 안재욱도 화면 속에선 웃고 있었지만, 그 속은 개운치 못하다 못해 씁쓸하기까지 한 결과로 귀결됐다.
한편 안재욱 측 관계자는 31일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에 “이 상황에 대해 뭐라 할 말이 없다. 참석해 달라는 요구를 받아 일정을 마치고 급히 달려갔고, 두 시간 여 동안 앉아있다 돌아왔다”며 결과에 대한 아쉬움을 표출했다. 관계자는 “다른 무엇보다 오랫동안 고생한 ‘빛과 그림자’ 팀이 외면 받았다는 점이 아쉽다”며 “당분간은 뮤지컬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