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MBC 방송센터 D공개홀에서 2012 MBC 연기대상이 진행됐다. 올 한 해 동안 방송된 쟁쟁한 MBC 드라마 속 연기자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드라마 ‘마의’에서 활약하고 있는 조승우가 대상의 주인공이 됐다.
데뷔 후 줄곧 영화와 뮤지컬에서 활약해 온 조승우는 14년 만의 첫 드라마인 ‘마의’를 통해 처음 참석한 방송사 연기대상에서 최고의 영예를 안게 됐다. 명불허전 연기로 ‘마의’를 이끌어가고 있는 그의 대상 수상에는 이견이 없었다.
하지만 전혀 논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조승우가 대상에 앞서 특별기획 부문 최우수 연기상도 거머쥐면서 2관왕에 오르게 됐는데 그 과정에서 유력한 대상 후보였던 ‘빛과 그림자’의 안재욱은 정작 아무 상도 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안재욱이 출연한 ‘빛과 그림자’는 총 64부작으로 지난해 말부터 올 여름까지 장장 7개월 동안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은 드라마다. 대박 시청률은 아니었지만 MBC 월화극이 동시간대 1위를 굳건히 유지할 수 있었던 데는 ‘빛과 그림자’의 공이 컸다.
70~80년대 쇼 비즈니스 신화를 그리는 과정에서 유신 시대의 어두운 뒷면을 사실적으로 그려냈다는 평을 받은 ‘빛과 그림자’는 대장정에도 불구, 흐트러짐 없는 전개와 주, 조연 가릴 것 없는 다수 배우들의 호연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그 중에서도 단연 주연 배우 안재욱의 활약은 대단했다. 때문에 공공연히 벌어지는 일이듯 순수히 연기력만으로 평가하는 게 아닌, 배우의 인기도 혹은 한 해 동안 MBC에 공헌한 공로로 준다 해도 ‘빛과 그림자’의 안재욱은 최우수상 이상의 주인공이 될만한 자격이 충분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MBC는 안재욱을 완벽하게 외면했다.
안재욱이 무관에 그치게 된 것은 이번에 새롭게 바뀐 MBC 연기대상 대상 후보자 기준에 기인한다. 올해부터는 최우수상 수상자가 자동으로 대상 후보가 되는 식으로 변경됐기 때문이다. 드라마대상으로 진행된 지난해를 배제하더라도, 적어도 2010년, 2009년에 볼 수 없었던 대상 후보자 선정 방식이다.
매년 실험적인 방법을 구현한다는 MBC 연기대상이라지만 최우수 연기상을 수상해야만 대상까지 노릴 수 있게 된다는 건 납득하기 힘들다. 최우수 연기상 후보자로서 쟁쟁한 경합을 벌였다 하더라도 최우수 연기상을 수상하지 못했다면 대상은 자연스럽게 물 건너 가는 꼴이다.
덕분에 이번 연기대상의 대상 후보자는 김재원(연속극 부문 남자 최우수 연기상), 한지혜(연속극 부문 여자 최우수 연기상), 김수현(미니시리즈 부문 남자 최우수 연기상), 한가인(미니시리즈 부문 여자 최우수 연기상), 조승우(특별기획 부문 남자 최우수 연기상), 성유리(특별기획 부문 여자 최우수 연기상)로 압축됐고, 결과적으로 다수의 연기자가 연기가 아닌 시스템의 한계에 고배를 마신 셈이 됐다.
일부 네티즌들은 “한가인, 성유리가 후보인데 안재욱, 이성민은 후보에도 들지 못했다. 웃음만 나온다” “조승우 씨의 대상이 빛이 바랜다” “개근상처럼 상을 남발하는 연기대상에서 안재욱에게 아무 상도 주지 않은 것은 합당하지 않다” 등 대상 후보 압축 과정 자체가 부당하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