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MBC 방송센터 D공개홀에서 2012 MBC 방송연예대상이 열린 가운데, 영예의 대상 트로피는 개그맨 박명수에게 돌아갔다.
1993년 MBC 개그콘테스트로 개그계에 입문한 20년차 개그맨 박명수는 올 한 해 ‘무한도전’을 비롯해 ‘일밤-나는 가수다’ ‘최강연승 퀴즈쇼’ ‘코미디에 빠지다’ 등 다수의 프로그램에서 활약했다.
특히 올 상반기 MBC가 노조 파업으로 예능 파행을 맞았을 당시에도 쉼 없는 활동으로 침체에 빠진 MBC 예능 구원투수 노릇을 톡톡히 했다. 한 해 동안 불철주야 누구보다 열심히 뛴 박명수의 대상 수상은 그 이유가 충분했다.
하지만 시상식 내내 먹먹한 분위기는 숨길 수 없었다. 올 상반기 내내 이어진 MBC 노조 총파업으로 ‘무한도전’이 6개월 내내 결방되는 등 능 파행이 수개월간 지속된 데 따른 내홍으로 전반적으로 MBC 예능이 침체 분위기였던 탓이 컸다.
무엇보다 시트콤 ‘엄마가 뭐길래’의 조기 종영과 장수 토크쇼 ‘놀러와’의 폐지 충격은 상당했다. 날벼락 같은 폐지 통보와 함께 프로그램이 막을 내린 탓에 길던 짧던 프로그램에 몸 담았던 많은 이들이 초대조차 받지 못한 씁쓸한 상황이 연출됐다.
특히 지난 8년간 MBC를 대표해 온 장수 예능 ‘놀러와’에서 함께 활약한 유재석, 김나영은 의도치 않게, 이날 수상 소감을 통해 대신 프로그램 종영 인사를 건네는 눈물겨운 장면을 연출했다.
PD상을 수상한 유재석은 이날만큼은 ‘무한도전’ 아닌 ‘놀러와’를 수상 소감 서두에 올려놨다. 유재석은 “아쉽게도 인사를 못 드리고 끝내게 됐다. 김원희 씨 없이 저 혼자이긴 하지만, ‘놀러와’를 함께 만들었던 제작진과 모든 분들 대표해서 진심으로 사랑해주시고 응원해주신 것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유재석은 이날 불참한 ‘놀러와’ MC 김원희를 언급하며 “같이 왔으면 좋았을텐데”라며 “그동안 너무 수고했고, 8년 동안 함께 해서 감사했다”고 말했다.
유재석의 수상에 연신 눈물을 쏟은 김나영 역시 우수상을 수상한 뒤 무대에 올라 역시 아쉽게 작별하게 된 ‘놀러와’ 관련 소감을 내놨다. 김나영은 “방송을 시작한 후 꾼 첫 꿈이 ‘놀러와’에 함께 하는 것이었다. ‘놀러와’가 큰 사랑을 받을 때도 함께 했고, 조금은 작아졌을 때도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놀러와’, 너무 사랑했고 보고 싶을 것 같다”며 눈물을 흘렸다.
유재석, 김나영뿐 아니라 최우수상을 수상한 박미선 또한 ‘엄마가 뭐길래’ 팀에 대한 그리움을 전했다. 박미선은 “짧은 기간이었지만 이틀씩 밤을 새워가며 열심히 했던 시트콤 팀이 보고 싶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엄마가 뭐길래’ 역시 저조한 시청률을 이유로 예고 없이 프로그램이 강제 종영되는 비운을 맞았다.
한편 ‘황금어장-라디오스타’는 올해의 예능프로그램상을 비롯해 우정상과 작가상은 물론, 최우수상(윤종신)과 우수상(유세윤), 신인상(규현)까지 배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최고의 기쁨을 맛봤어야 했지만 정작 기쁨보다는 초대 받지 못한 손님, 김구라의 빈자리를 더 크게 느끼며 애잔함을 달래야 했다.
이날 윤종신은 “‘라스’가 우여곡절도 탈도 많고 빠진 친구도 많았고, 흔들림이 많은 상황이었는데, 우리가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 그들이 돌아올 수 있기에 라는 마음으로 열심히 했다. 특히 강력한 친구들이 빠진 만큼 더 열심히 했다”며 “(김)구라나, 또 나중에 (신)정환이나. 더 멋진 모습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김구라를 언급했다.
김구라의 독설 교육을 받으며 쑥쑥 성장한 규현은 “김구라 형, 내년 이맘 때는 꼭 같이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한 황선영 작가는 “구라 오빠, 그리워하면 언젠가 만나지는 영화 같은 일이 언젠가 이루어질 것이라 생각하고 기다리고 있겠다”고 말하며 김구라에 대한 그리움을 전했다.
김구라는 과거 인터넷 방송에서 했던 발언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이후 예능 프로그램에서 전면 하차, 자숙 기간을 거친 뒤 활동을 재개했지만 MBC 고위층의 반대로 ‘라디오스타’ 복귀는 기약이 없어진 상황이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사진(위) 강영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