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부산 바닥을 휘어잡는 한 폭력 조직 내 ‘2인자’ 광호(박신양)와 광호를 시기하는 태주(김정태)가 카레이싱 액션을 펼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럭저럭 흥미진진하다. 하지만 솔직히 눈을 휘둥그레지게 만들진 않았다. 차를 타고 달려 부두에 도착한 뒤 상대 조직을 일망타진하는 실루엣은 ‘박신양이 맞나?’라고 의심의 눈초리로 지켜보는 이도 많을 거다.
뒤늦게 도착한 태주가 광호를 칼로 찌르고, 그로 인해 광호는 손금이 바뀐다. 사흘 동안 몸져누웠다 일어난 광호에게 헛것이 보이기 시작한다. 땅이 흔들리고, 생선 파는 아주머니는 ‘인어’로 보이며, 수족관의 물고기가 말을 한다. 우연찮게 날라 온 신문 전단 광고를 보고 무당 명보살(엄지원)을 찾아간 그는 신내림을 받으라는 권유를 듣는다. 그렇지 않으면 죽을 운명이란다.
폼에 살고 폼에 죽는, 우습게 보이면 건달 짓 못한다고 생각하는 광호는 신내림을 거부한다. 하지만 자신이 타고 있던 자동차가 기차에 치여 반파되고, 이어 철근에 얼굴이 상하게 될 위기 상황이 잇따르자 운명을 따른다. 낮에는 박수, 밤에는 건달로 은밀한 반전생활에 돌입하게 되는 것.
장르의 다양한 변주란 이런 것이 아닐까 할 정도로 ‘박수건달’은 웃음이 있는 동시에 감동도 있다. 광호가 귀신을 보는 무당이 되니 영화는 호러로 흐르는가 싶더니 이내 웃음을 주고, 다시 또 눈물을 흘리게 하는 휴먼 감동 드라마로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일단 건달에서 한 순간에 무당이 됐으니 그 좌충우돌이 얼마나 웃기겠는가. 박신양이 무당의 목소리와 행동을 어쩜 이리 잘 연기해냈는지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무당 이해경에게 사사 받은 무당 연기는 화려한 아이섀도우와 짙은 아이라인, 선홍빛 입술 등으로 화려하게 꾸민 얼굴의 박신양과 너무도 잘 맞아 떨어진다.
무령(巫鈴)을 들고 점을 쳐주고 작두 타는 모습에 깜짝 깜짝 놀라는 이가 많을 것 같다. 옆에 누가 없는데 있는 것처럼 연기하고, 자동차 안에서 귀신들에 둘러싸여 괴로워하며 몸을 배배 꼬는 장면 등은 웃음을 선사한다. 또 신분이 탄로 날 위기에서 자신을 감추려고 하는 광호와 아무것도 모르는 조직 내 동생들의 대치 상황도 웃기긴 마찬가지다.
극중 ‘애기야 아이스크림 사줄게 같이 가자’라고 한 로맨틱가이 한기주는 없다. ‘비켜! 꺼져! 나가!’라며 버럭 성질을 낸 천재 법의학자 윤지훈도 찾을 수 없다. 의리 하나에 죽고 살고, 비록 폼은 안 나지만 어쩔 수 없이 박수가 된 그는 코미디와 감동으로 무장한 채 관객을 찾는다. 코미디와 감동이 양립해도 이렇게 조화를 잘 이룰 수가 없다. 웃으러 왔다가 어느새 울고 있는 당신을 보게 될 것이다.
특히 특별출연한 조진웅은 풀빵장사 여자에 빙의된 박신양과 함께 조서실에서 뜨거운(?) 애정행각을 보이는데 이 장면도 웃기다. 그러면서 또 슬프다. 연기 잘하는 조진웅은 카메오지만 존재감이 제대로 드러나고, 박신양은 이를 받아 완벽한 호흡을 자랑한다. 웃고 감탄하지 않을 수 없을 테니 기대해도 좋다.
다만 극중 광호가 짝사랑하는 의사 미수로 나오는 정혜영과 광호를 무당의 세계로 인도한 엄지원의 존재감이 약한 것은 아쉽다.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냈는데도 다른 이들이 너무 튀어 활약이 기대에 못 미친다고 생각할 정도다.
박신양은 앞서 2001년 영화 ‘달마야 놀자’로 조폭코미디를 선보인 적이 있다. 과거 영화를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박수건달’은 소재와 설정, 코믹한 에피소드, 눈물 요소가 적재적소에 잘 들어가 대중의 기호를 충족시킬 수 있는 영화다. 조진규 감독의 신작은 전작 ‘조폭마누라3’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 감동과 웃음을 선사한다. “기분 좋은 영화를 보는 걸 좋아하는데 ‘박수건달’이 그런 영화라 출연을 결심했다”는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거다.
너무 많은 내용을 전하고 스포일러라고 욕하고 있는가. 아직 영화 이야기는 반도 하지 않았다. 128분. 15세 관람가. 1월10일 개봉 예정.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