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이 세 남자배우는 재발견이라는 게 뭔지 제대로 보여줬다. 송중기는 최근 인터뷰에서 “도대체 몇 번째 재발견인지 모르겠다”고 했지만, 싫지는 않은 투다. 배우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직업이니 한 꺼풀씩 벗겨질 때마다 관객이 환호하는 걸 목격했을 테니 좋지 않겠는가?
그간 ‘꽃미남’ 송중기는 ‘우유 왕자’라는 별명을 들었다. 잘생긴 그는 영화 ‘마음이2’, ‘티끌모아 로맨스’, 드라마 ‘산부인과’, ‘성균관 스캔들’, ‘뿌리깊은 나무’ 등을 통해 연기력까지 인정을 받았다. 하지만 드라마에서는 시청률에 일조했지만, 영화 흥행 스코어는 저조했다.
이번에야 그야말로 제대로 변신한 그는 영화 스코어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기존의 꽃미남 이미지를 완전히 벗은 그는 손톱에는 때가 껴있었고, 머리는 부스스했다. 꾀죄죄한 얼굴과 몸은 냄새를 굳이 맡지 않아도 악취가 날 것만 같았다. 게걸스럽게 음식을 먹고, 진짜 늑대처럼 ‘아우~’하고 소리도 내고, 코도 벌렁 거렸다. 또 괴물로 변하기까지 했다.
송중기는 드라마 ‘착한남자’에 이어 ‘늑대소년’으로 관객의 마음을 제대로 훔쳤다. 700만명이 본 ‘늑대소년’은 박보영과의 호흡도 중요했겠지만, 일단 송중기의 변신과 재발견이 이 기록을 달성시켰다는데 거의 이의가 없을 듯하다.
배우 조정석도 올해의 재발견 연기자 중 한 명이다. 그는 2004년 뮤지컬 ‘호두까기 인형’으로 데뷔해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 ‘헤드윅’등으로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뮤지컬계에서 조정석이라는 이름의 실력은 검증을 받았고, 팬들도 엄청나다.
올해 스크린과 안방극장으로까지 영역을 확장해 대중에 더 많은 인사를 하고 있는 그는 지난 2월 MBN 드라마 ‘왓츠업’에서 뮤지컬 배우를 꿈꾸는 김병건 역을 완벽하게 소화한 바 있다. 이후 영화 ‘건축학개론’에서는 서연(수지)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며 ‘첫사랑앓이’ 중인 승민(이제훈)에게 연애 기술을 알려주는 ‘납뜩이’로 스크린을 장악했다. 90년대 좀 놀았던 재수생을 완벽하게 재현해 등장할 때마다 ‘빵빵’ 터트렸다.
당시 유행한 펑퍼짐한 힙합바지에 셔츠를 걸치고 껄렁대는 폼이 등장부터 남달랐다. 승민의 스타일을 지적하며 가방에서 주섬주섬 헤어무스를 꺼내 선물하는 하는 모습에서는 엉뚱함이 묻어났다. 이어 조정석은 드라마 ‘더킹투하츠’에서 은시경 역을 맡아 여심을 또 한 번 사로잡아 버렸다.
류승룡은 이제는 원톱 주연도 가능할 정도로 존재감을 제대로 발휘하고 있다. 40대 배우로 우리나라 영화계 한축을 담당하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해 ‘최종병기 활’부터 올해 ‘내 아내의 모든 것’, ‘광해, 왕이 된 남자’ 등 출연하기만 하면 쏠쏠한 흥행 성적을 올렸다. 특히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 전설의 카사노바 장성기 역할은 ‘이런 면이 있나?’라는 의심 혹은 의문을 단숨에 떨쳐내게 했다.
내년 재발견될 배우는 다른 연기자일 가능성이 클 테지만 이들의 또 다른 모습도 기대가 된다. 특히 내년 1월 개봉하는 ‘7번방의 선물’ 속 6세 지능의 ‘딸바보’를 연기한 류승룡이 가장 기대된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