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현은 그간 흥행에 운이 없었다. 2001년 ‘엽기적인 그녀’ 이후 따르지 않았던 흥행 운은 외국 작품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2009년 홍콩, 프랑스 합작영화 ‘블러드’로 할리우드에 진출했지만 참패했다. 이에 앞서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2004), ‘데이지’(2006), ‘슈퍼맨이었던 사나이’(2008) 등에서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중국에서 개봉한 미중합작 영화 ‘설화와 비밀의 부채’(2011)도 싱겁게 막을 내렸다.
하지만 전지현은 2012년 ‘도둑들’을 만나 11년 만에 그간의 설움을 단번에 씻었다. 줄타기 전문 도둑 예니콜로 자신의 존재를 과시했다. 온전히 그의 공이라고 할 순 없지만 자신이 가진 매력을 유감없이 뽐내며 ‘도둑들’을 역대 한국영화 흥행 1위로 만드는데 일조했다.
홍보를 위해 찾아간 홍콩에서도 엄청난 관심을 받았고, 국내에서는 한 이동통신회사와 스포츠 브랜드, 카페 브랜드 등의 광고 모델로 발탁됐거나 계약을 연장했다. ‘베를린’ 촬영도 끝낸 그는 현재 엄청난 러브콜을 받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병헌도 올해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배우 이민정과 연인 사이인 동시에 결혼까지 약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됐지만, 사생활보다 연기적으로 인정을 받아 더 기뻐할 듯하다.
원래 연기 잘하는 배우로 알려진 그는 ‘공동경비구역 JSA’(2000), ‘번지 점프를 하다’(2000), ‘누구나 비밀은 있다’(2004), ‘달콤한 인생’(2005),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등을 통해 연기력과 매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흥행 면에서는 늘 아쉬움이 있었다.
올해 그는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서 보여주지 않았던 모습을 과감히 선보여 1000만 배우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엉덩이를 덩실거리며 광대춤을 추고, 방귀를 ‘부욱’하고 뀌어댄 모습이 관객을 웃음짓게 했다. 음식을 게걸스럽게 먹고, 침상에서 상반신을 드러내고 한효주의 손길을 느끼며 괴상한 신음 소리까지 냈다. 임금이 용변을 보기 위해 쓰는 이동식 변기 매화틀 신을 비롯해 도승지 허균(류승룡)과 마주하며 위축된 표정을 짓는 등 깔깔대게 만드는 장면들이 많았다.
그간 이병헌이 입고 있던 두꺼운 외피는 사라져 호응을 얻었다. 앞서 이병헌은 드라마 ‘해피투게더’에서 능력 없고 지질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등 다양한 모습으로 팬들을 즐겁게 한 적이 있다. 이후 오랜 만에 박장대소도 하고, 감동도 줄 수 있는 영화로 팬들을 만족하게 했다.
전지현과 이병헌이 올 한해 관객들을 즐겁게 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다. 내년에도 전지현은 ‘베를린’으로, 이병헌은 ‘지아이조2’와 ‘레드2’ 등을 통해 새로운 모습으로 관객을 찾을 예정인데 그들이 돌아올 날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