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올해 흥행이 잘 된 영화는 대부분의 관객이 안다. ‘도둑들’과 ‘광해, 왕이 된 남자’가 대표적이다. 몇몇 영화들은 저조한 흥행 성적에 빨리 스크린을 내려야 했다. 특히 화려한 출연진이나 재밌을 것 같다는 기대를 저버린 몇몇 영화들은 초라한 ‘성적표’에 낯이 부끄러웠다. 절치부심하라는 의미에서 최악의 성적을 기록한 영화들을 꼽아봤다.(독립영화와 다큐멘터리 등은 제했다)
‘5백만불의 사나이’는 오픈되기 전까지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히트 드라마 ‘추노’의 천성일 작가가 대본을 썼고, 가수이자 JYP엔터테인먼트의 수장 박진영이 영화배우로 데뷔하는 영화였기 때문이다.
배우 조성하라는 굵직한 인물을 악당으로 설정해 중심을 잡고, 매력적인 여배우 민효린을 조력자로 내세워 기본 틀을 꾸렸다. 영화 ‘7급 공무원’과 드라마 ‘추노’를 집필한 천성일 작가가 시나리오를 맡았으니 이야기도 꽤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대기업 부장 최영인(박진영)이 직장상사인 한 상무(조성하)의 로비 자금 500만달러를 운반하면서 상사가 자신을 죽이려는 사실을 알고 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영화였다. ‘날라리’ 여대생 미리(민효린)가 동승해 이야기는 확장됐다. 톡톡 튀는 역할로 존재감을 오롯이 드러내는 조희봉과 오정세가 조직 폭력배로 출연, 코믹을 무기로 영화의 양념 맛을 제대로 냈다.
하지만 ‘신인배우’ 박진영은 매력을 뽐내지 못했다. 대사와 감정 전달이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주변 캐릭터들과 동화되지 못하고 혼자 동떨어져 있는 신들도 꽤 됐다. 박진영은 최영인처럼 보이지 못했고 관객의 몰입을 방해해 실패했다. 박진영은 연기 도전이 장난이 아니라 계속 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으니 다음에는 좀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을 기대한다.
▲자칼이 온다(감독 배형준·누적관객 21만여명)
안타까운 영화를 꼽으라면 ‘자칼이 온다’를 빼놓을 수 없다. 최고 한류그룹 JYJ의 김재중과 ‘런닝맨’의 ‘멍지’ 송지효가 호흡을 맞춘, 수상한 킬러의 톱스타 납치기. 김재중이 코믹하게 망가졌는데도 관객은 외면했다.
톱스타를 연기한 그는 여심을 사로잡는 최고 스타지만 킬러에게 납치돼 스타가 아닌, 이미테이션 가수인 척 노력을 했다. 그 과정에서 비굴해졌다. 지질한 모습은 기본이고, 머리가 산발이 되고 쥐어 터지기도 했다. 납치돼 옷 한 벌로 지내야 하니 꾀죄죄함은 기본이었고, 침까지 흘렸으며, 송지효 앞에서 소변을 봐야 하는 굴욕(?)적인 신도 있었다.
‘보스를 지켜라’와 ‘닥터진’ 등 드라마를 통해 연기력을 인정받았던 그의 변신은 박수를 쳐줘야 하지만 스토리 전개 등 아쉬움이 컸다.
장동건과 장쯔이, 장백지. 이 호화로운 한국과 중국 출연진에, 멜로 연출 실력이 최고라고 일컬어지는 허진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니 꽤 많은 이들이 기대했다. 칸국제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받았으니 그 기대는 더 컸다.
‘위험한 관계’는 1930년대 중국 상하이를 배경으로 당대 최고 바람둥이 셰이판(장동건)과 돈과 권력을 가진 팜파탈 모지에위(장백지), 정숙한 미망인 뚜펀위(장쯔이)의 뒤얽힌 애정 관계를 담은 작품. 쇼데를르 드 라클로의 동명 프랑스 소설을 재구성했다.
장동건이 바람둥이 남자로, 장백지가 팜파탈의 악녀, 장쯔이 정숙한 미망인 여성으로 나와 섬세한 연기를 선보였으나, 밀도 높은 관계가 드러나는 데는 아쉬움이 있었다는 평가를 들었다. 특히 여러 차례 영화가 재구성돼 전작들과 비교될 수밖에 없었는데 다른 작품들과 특별한 차별점이 없었던 점도 관객몰이에 실패한 케이스다.
▲미쓰고(감독 박철관·누적관객 61만여명)
드라마에서는 여왕으로 군림하는 고현정의 상업영화 데뷔작이라고 할 수 있는 ‘미쓰 고’. 배꼽 빠지게 만들 것 같았는데 그다지 흥미롭진 않았다.
수상한 수녀의 심부름으로 500억원 규모의 마약 거래 범죄에 휘말린 공황장애 환자 천수로(고현정)가 변해가는 과정에서 예측할 수 없는 웃음과 재미가 곳곳에 담기긴 했다. 하지만 기대 수준이 너무 높았는지 클라이맥스를 느끼는 지점이 없었다. 특히 고현정의 스크린 도전이 살갑게 다가오진 않았다.
오히려 유해진의 변신이 인상 깊었다. 그가 맡은 남자답고 카리스마 있는 ‘옴므파탈 빨간구두’는 액션도 기똥찼다. 도둑을 제압하는 건 기본이었고, 건장한 청년 5~6명과 싸워도 거뜬했다. 유해진의 재발견만 선보이고 물러났다.
▲알투비:리턴투베이스(감독 김동원·누적관객 120만여명)
영화가 넘쳐나는 가운데 관객 100만명을 넘는 스코어를 기록했지만 ‘알투비: 리턴투베이스’는 출연진만 보면 그 흥행 성적에 만족할 수 없는 영화였다. 정지훈과 유준상, 신세경, 김성수, 이하나 등 호화 출연진이 영화에 힘을 실었으나 빛을 발하지 못했다. 100억원 가까운 제작비가 투입된 영화는 CG는 인정을 받았으나 엉성한 스토리 전개로 관객들로부터 외면을 받았다.
전투 비행사들의 사랑과 우정을 그린 영화라는데 113분의 긴 광고영상을 본 것 같기도 했고, 군 입대를 앞둔 젊은이들에게 공군 홍보영상을 보여주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래도 고공전투 액션신은 짜릿했다. 그뿐이라서 아쉬웠지만.
군입대전 마지막 작품이었던 정지훈은 아쉬움이 컸는지 휴가를 나와 이 영화의 무대인사에 ‘몰래온 손님’으로 깜짝 등장해 ‘화이팅’을 외치는 이벤트를 벌였지만, 군인 신분으로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어 흥행에 힘을 주진 못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