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했건만 역시나 였다.
영화 ‘가문의 영광5-가문의 귀환’(이하 가문5)이 10년 전과 똑같은, 아니 전보다 더 진부한 이야기로 스크린에 귀환했다. 10년 전 ‘영광’을 되찾겠다며 정준호, 박근형, 박상욱 등 원년 멤버들이 야심차게 뭉쳤지만 뒤죽박죽 캐릭터들과 엉성한 스토리, 발전 없는 1차원적 구성의 반복으로 웃음은커녕 감동까지 절감됐다.
‘가문5’는 영광을 위해 명문대 출신 엘리트 벤처 사업가 대서(정준호)를 사위로 들였던 조폭 가문 쓰리제이파의 10년 후 이야기를 그렸다. 쓰리제이파는 천직인 조폭을 청산하고 ‘장삼건설’을 차려 어엿한 기업인으로서 건실한 삶을 살지만 순수혈통 삼형제가 아닌 대서가 사장직을 맡게 되면서 갈등은 시작된다.
‘엄친아’ 불구 어딘가 어수룩한 게 친숙한 캐릭터로 큰 사랑을 받은 대서는 10년 후 갑자기 어딘가 얄밉고 예의 없는 모습으로 변모, 아니 위장해 있다. 조폭 형님들과의 오해와 이로 인한 전쟁을 그리기 위한 지독히 1차원 적인 설정인 것. 이 어색한 설정 때문에 오히려 결말은 더 쉽게 예측할 수 있다.
더군다나 대서는 깊이 사랑했던 아내(김정은)을 사고로 잃었지만 그의 곁엔 어느새 새로운 여인 효정(김민정)이 있다. 두 사람의 스토리는 물론 대서가 그동안 쓰리제이파 가문과 어떤 역사를 함께 해오며 살아왔는 지는 모두 생략돼있다.
10년 동안 기업 활동에 참여하면서 현실 적응은 커녕 오히려 더 철딱서니 없게 그려진 쓰리제이파 3형제 캐릭터 설정 역시 억지스러운 부분이 많다.
뿐만 아니다. 광희, 윤두준 등 신예 꽃남 스타들을 출연시켜 볼거리와 일시적인 웃음을 유발하지만 이 역시 상황 설정이 억지스럽다. 새로운 인물들이 대거 등장하는 만큼 숨겨진 복선과 꼼꼼한 구성, 캐릭터 마다의 함축된 스토리가 조화를 이뤄야 하지만 이 모든 법칙을 무시한 채 순간의 웃음에만 집중해 감동과 여운은 기대하기 어렵다. 이 웃음조차 3초를 넘기기 힘들다. 화려한 눈속임에 치중하느라 결국 근본 뿌리인 ‘진정성’ ‘개연성’ ‘구성’ 문제 등을 간과한 결과다. 104분. 15세관람가. 19일 개봉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kiki2022@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