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부시먼이라 알려진 산족은 보츠나와와 나미비아 국경지역 사막의 수풀 지대에 사는 세기의 사냥꾼이다. 하지만 지난 여름, 다큐멘터리 ‘생존’ 제작팀이 만난 부시먼은 사냥을 할 수 없는 사냥꾼이 돼 있었다.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CGV IFC몰에서 MBC 창사 51주년 특집 다큐멘터리 ‘생존’이 기자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생존’은 MBC가 ‘지구의 눈물’ 시리즈 후속으로 내보내는 완결편으로 총 12억원의 제작비를 들인 대작 다큐멘터리. 제작진은 영하 40도의 혹한의 땅 동토(凍土) 알래스카와 열사의 땅 아프리카를 오가며 수개월 동안 현지 촬영에 임했다.
제작진으로부터 실제로 만난 부시먼의 뒷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70여일 동안 이들의 생활상을 접한 최삼규 시사교양국 부국장은 “현재의 부시먼들은 자유롭게 사냥을 할 수 없다. 정부가 사냥 금지구역을 지정했기 때문에 금지 구역에서 사냥하면 처벌받게 된다”고 생존의 터전을 빼앗긴 산족의 현실을 전했다.
최 PD는 “우리가 갔던 나미비아 마을의 절반 정도는 민속촌 같은 곳에서 사냥 등 풍속을 보여주며 살고, 그럴 여건이 안 되면 어쩔 수 없이 사냥을 해서 먹고 산다”고 관광객들을 위한 ‘배우’가 된 부시먼들의 실상을 소개했다.
최 PD는 “옛날에는 사냥으로 먹고 살았을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사냥에 신경을 많이 안 쓰더라. 민속촌에서 촬영하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면서 굉장히 슬펐다. 이전에는 자연에서 사냥하면 즐겁게 살았을텐데, 지금은 배우가 돼 살아가고 있구나 싶었다”며 “몇 몇 부족에서만 (사냥을 하며) 어렵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부시먼의 허상과 실상 다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황 감독은 “이후 부족을 옮겨서 실제 사냥하며 살고 있는 곳으로 갔는데, 널럴하겠지 하고 따라나섰다가 엄청나게 걷고 죽을 뻔 했던 경험이 있다”고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황 감독은 “부시먼들의 삶의 방식이 달라지고 있는 것 같다. 이를 신기하게 보기 보다는 그렇게 바뀌어가는 과정 자체를 목격한다는 생각으로 보면 좋을 것 같다”고 관전 포인트를 짚었다.
총 5편으로 제작된 ‘생존’은 오는 26일 오후 8시50분 프롤로그 ‘인간, 자연과 숨 쉬다’로 첫 선을 보인다. 이어 내년 1월 16일부터 ‘북극해의 고래 사냥꾼, 이누피아트’ 1, 2편, ‘사막 최후의 원시인 - 나미비아 힘바족과 산족’ 3, 4편이 매 주 방송된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