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건물에서 유별난 크리스마스를 보내려는 사람들은 재난을 당하고 만다. 특별한 선물이랍시고 헬기를 이용해 인위적으로 눈을 뿌리다가 사고가 나 건물이 붕괴될 위기에 처한 것. 불과 물난리가 나고 땅은 꺼지는 등 최고급 건물 안에 있던 사람들은 말 그대로 아비규환이다.
왠지 빤할 것 같은 영화는 ‘역시나’로 흘러간다. 컴퓨터 그래픽(CG)은 눈에 띄지만 외형에만 신경을 쓴 티가 역력하다. 헬기가 부딪혀 고층 창문이 부서져 흩날리고, 벽과 바닥은 갈라져 공포심을 유발한다. 화염으로 온몸에 불이 붙은 사람이 이따금씩 등장하고, 이런 상황에 사람들은 기겁하고 소리를 고래고래 지른다.
‘타워링’(1974)이나 ‘분노의 역류’(1991) 등과 굳이 비교하지 않더라도 한국 관객들은 이미 여타 다른 영화에서 비슷한 장면들을 많이 봤다. 그럼에도 흥미를 돋우는 이유는 CG 때문(그나마 군데군데 아쉬운 부분도 있긴 하다)이라고 할까? 새로운 것을 원해 ‘타워’를 선택했다면, 예매표를 환불하거나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보는 편이 낫다.
사람들의 이야기에는 깊이가 없다. 몰입도 안 된다. 건물 시설관리 팀장인 대호(김상경)가 딸 하나(조민아)와 짝사랑하는 푸드몰 매니저 윤희(손예진)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소방대장 영기(설경구)가 비번인 날인데도 재난 속에서 사람들을 구하다 위기를 맞는 설정이 이야기를 담당하지만 가슴 찡하지 않다. 특히 소방대장의 희생으로 감동을 주려고 한 모양인데 그 지점이 어디인지 찾을 수 없다. 눈물이 찔끔 난다면 아마 2시간이나 되는 긴 러닝타임으로 인해 하품을 해서일 수도….
김지훈 감독은 재난 상황에서 인간들이 자신만을 생각한다는 것과 우리사회에서 높은 위치에 있는 존재들이 시민을 무시하는 모습 등을 담아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내려는 의도가 있었던 듯 싶다. 이 참사의 원인이 무사안일주의에 의한 ‘인재’라는 것도 꼽으려 했다. 위급한 재난 상황에 임산부나 노약자가 아닌 국회의원을 우선 탑승시켜야 한다는 말도 안 되는 방재청의 논리가 일반 관객을 분노케는 하지만, 그 결과에 울화통만 더 터질 뿐이다.
결론적으로 남은 건 총 3500컷 가운데 1700컷이나 된다는 CG다. 제작비는 100억원이 넘게 들었다. 그래도 배우들이 물과 불을 직접 상대해야 했다고 하니 그들의 노고는 인정해줘야 할 듯하다. 121분. 12세관람가. 25일 개봉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