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정준하, 바보 형 아니다 순수하다 ‘주먹왕 랄프’

개그맨 정준하는 ‘동네 바보 형’ 캐릭터로 알려졌지만 꽤나 똑똑하다. MBC TV ‘무한도전’에서의 캐릭터도 변화됐고, 실제로 만나면 그의 언변에 특히 놀라는 이가 많다. 그가 누차 얘기했듯 바보는 ‘절대’ 아니다. 과거 뻐드렁니를 드러낸 덩치 큰 그의 외향이 무섭다고 한 이들도 있었으나, 이제는 그런 것들이 정준하 만의 친근한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정준하가 목소리 녹음에 참여한 디즈니 애니메이션 ‘주먹왕 랄프’(감독 리치 무어)의 주인공 랄프 캐릭터도 그와 무척이나 닮았다. 랄프는 8비트 게임 ‘다고쳐 펠릭스’ 속 악당. 랄프가 건물을 부수면, 주인공 펠릭스가 건물을 고치고 메달을 받는다. 덩치가 큰 악당 랄프를 피해 모두가 도망을 다닌다. 따돌림을 받으며 30년을 지탱해 온 랄프는 자신의 역할에 환면을 느끼고, 모두가 좋아하는 영웅이 되길 바란다.
랄프는 영웅도 되고 메달을 받고 싶다며 과감하게 자신의 게임을 이탈, 또 다른 메달을 딸 수 있는 히어로 슈팅 게임 ‘히어로즈 듀티’에 참여하며 흥미로운 여행을 시작한다. 메달을 얻고 싶은 건 카트 레이싱 게임 ‘슈가 러시’의 오류 캐릭터 바넬로피 역시 마찬가지다. 경주 출전을 위해 메달이 필요했던 바넬로피는 공격을 받아 ‘슈가 러시’에 불시착한 랄프가 가진 메달로 출전 허락을 받아 낸다.

이때부터 두 사람의 정신없는 여행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여기에 악당 캐릭터가 없어져 폐기처분될 위기에 놓인 ‘다고쳐 펠릭스’의 펠릭스가 랄프를 찾아 나서며 또 다른 축을 이룬다. 랄프는 과연 자신이 바라는 대로 영웅이 되고, 펠릭스는 랄프와 함께 돌아갈 수 있을까? 또 바넬로피는 무사히 레이스를 마칠 수 있을까?
랄프를 비롯해 모든 게임 캐릭터들이 전선을 통해 중앙역(게임 센트럴)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상상력이 눈길을 끈다. 밤이 되면 모든 게임 주인공들이 일과를 마치고 센트럴 역이나 술집에서 여가를 즐기는 설정 등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몬스터 주식회사’, ‘토이 스토리’ 등과는 달리 새롭게 다가오기에 충분하다.
스토리도 짜임새 있게 설정됐는데 결말을 향해 달려가는 내용 전개가 아이들을 즐겁게 할 만하다. 게임 속 캐릭터 역할 상 어쩔 수 없이 건물을 부숴야 했던 랄프는 과격할 때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순수하고 순진하다. 남을 위해 애쓰고, 특히 바넬로피가 완주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마음씨가 착하다. 랄프의 목소리 연기를 맡은 정준하와 겹치는 부분이 많다. 랄프와 비슷해 보이려고 머리까지 염색한 뒤 시사회를 찾아 아이들을 기쁘게 한 정준하의 유쾌함이 넘치는 더빙도 기대할 만하다.

또한 이 영화가 어른들에게도 재미있게 다가오는 이유는 과거 즐거움을 줬던 게임 캐릭터들이 나오기 때문이다. 흥미진진한 스토리는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에게 흥미를 준다. ‘팩맨’, ‘스트리트 파이터’, ‘소닉’ 등 실제 비디오 게임 속 캐릭터들이 특히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개봉 첫 주 북미 박스오피스 1위, 역대 디즈니 오프닝스코어 1위, 미국비평가협회(NBR) 선정 최우수 애니메이션으로 선정되는 등 주목을 받은 작품이다. 19일 개봉. 108분. 전체관람가.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