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밴드 공연 지원하는 리젠 성형외과 김우정 원장 인터뷰
“나눔의 기쁨이 가장 큰 소득. 작은 인연으로 문화도 사회도 발전.”
미인대회나 아이돌 가수를 뽑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성형외과 전문의가 출연하는 일은 어느덧 당연한 일이 됐다. 외모를 꾸미는 프로그램이나 심지어 성형 전문 프로그램이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이 같은 프로그램에도 어김없이 성형외과 전문의가 출연한다. 가치판단은 차지하더라도 그만큼 우리시대 대중들의 관심도가 외모에 집중돼 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성형외과가 인디 밴드를 후원한다면? 이들을 위해 공연할 곳과 연습을 할 공간을 마련하는데 적극적이라면?
서울 신논현역 부근에 위치한 리젠 성형외과 김우정 원장(43)의 관심은 많은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히 좋은 음악을 만드는 밴드들이다. 매달 둘째, 넷째 토요일에 리젠 메디컬 타워 1층 도로시 카페를 공연장으로 바꾸고 록밴드 심전무를 비롯해 다양한 뮤지션들의 공연을 기획하고 있다.
김우정 원장이 인디밴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아주 단순 이유였다.
“제가 부산에서 태어났거든요. 사실 대부분의 문화 환경이나 시설들이 서울에 몰려있어 부산조차도 그런 혜택들을 받기 어려웠어요. 근데 막상 서울에 와서 주변을 둘러보니 진짜로 소외받는 건 좋은 음악을 하는데 막상 무대가 없는 뮤지션들인 것 같더라고요.”
강남 한복판에 인디밴드들이 주기적으로 공연을 한다는 것 자체가 상징적이다. 김 원장은 서울에서도 가장 유동인구가 많고 젊은이들이 모이는 곳임에도 이곳이 ‘문화 소외지역’이라는 생각을 했던 것.
“사실 강남역권에 제대로 된 문화 시설이란 게 턱 없이 부족해요. 사실 저희가 만드는 공연이 제대로 된 장소에서 하는 공연은 아니죠. 앞으로 제대로 된 공연장을 갖추는 것이 제 바람입니다.”
그는 공연장 만큼 연습실 같이 뮤지션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만한 시설들을 갖추기 위해 노력 중이다. 실제로 리젠 메디컬 타워에 연습실은 인디밴드를 위해 24시간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 얼핏 병원에 1층에서 공연이라고 하면 시끄럽기만 할 것이라는 생각도 할 법하다. 하지만 반응은 썩 좋은 편이란다.
“성형외과 특성상 몸이 아픈 분들 만큼 마음이 아픈 분들이 많이 오시거든요. 1층 병원을 들어오는 입구에 음악이 들리는 게 이런 환자분들에게 색다른 느낌을 주나봐요. 병원이라고 하면 딱딱하고 거리감이 느껴질 수도 있는데 이런 문화 행사들이 편안한 느낌을 준다는 말씀도 많이 들어요.”
병원의 이 같은 색다른 시도들은 김우정 원장의 경영철학과도 맥을 같이 한다. 그는 자신의 시도가 특별하다기 보다는 어쩌면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또 성형외과 의사기 때문에 이 같은 문화적 접근이 더 용이했음도 인정했다.
“사실 내과나 외과 같은 분야에 비해 성형외과는 트렌드 한 분야기도 하잖아요. 사람의 마음을 다뤄줘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고. 이 같은 특성 때문에 조금 더 문화에 대한 관심을 가질 수 있었던 것 같고요. 병원도 일종의 사업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사람을 아끼는 마음에서 시작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병원을 찾는 분들을 기쁘게 해주고 만족한 삶을 살 수 있게 해주는 것, 모든 중심이 사람이라는 가치에서 출발하는 것이기 때문에 문화적인 걸 생각하지 않을 수 없죠.”
김우정 원장이 비단 문화사업 뿐 아니라 다문화가정, 저소득층, 장애아동 등을 대상으로 하는 봉사활동이나 독거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재건 성형수술 등의 재능기부도 꾸준히 펼치고 있는 것은 이 같은 이유다.
끝으로 김 원장은 “뭔가 나눠주는 일들이 얼마나 귀한 일인지 기쁨인지 배워가는 것이 가장 큰 소득이에요. 저희 병원 철학이 사람 중심 인연 중심이에요. 인연이 아름답고 소중하게 발전한다면 문화도 사회도 발전한다고 생각해요.”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