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류승룡은 시상식이 열린 세종문화회관과의 인연을 떠올렸다. “20여 년 전, 이곳에서 소품을 날랐고, 11년 전 이 무대에서 난타 공연을 했었는데, 늘 이 자리에 (배우로서) 서는 날을 꿈꿨었다”며 오랜 꿈을 이룬 자신의 20여 년 발자취를 되짚었다.
최근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와 만난 배우 문채원 역시 현장에서 직접 목격한 류승룡의 수상 소감에 대해 탄복하며 깊은 존경심을 꺼내 보였다.
데뷔 6년차인 문채원은 류승룡과 꽤 각별하다. 그리 오랜 경력이 아님에도 벌써 두 편의 작품에서 호흡을 맞췄다. 2008년 드라마 ‘바람의 화원’ 그리고 지난해 영화 ‘최종병기 활’에서. 문채원은 “류승룡 선배님은 나도 모르는 새 내게 많은 영향을 주셨다”며 말문을 열었다.
“‘바람의 화원’ 때 어떤 대본을 보고, 너무나 꼼꼼하게 표시가 돼 있어 많이 놀랐었는데 그 대본의 주인이 류승룡 선배님이었어요. 외모만 보면 왠지 그냥 외우실 것 같은데, 밑줄도 자를 대고 쳐 놓으신 대본에 깜짝 놀랐었죠. 그걸 보고 대본이란 참 소중한 것이고, 귀하게 여겨야 하는구나 생각하게 됐어요.”
상당한 기간 배우로 활동한 후에야 비로소 빛을 보는 명품 연기자들이 있는 반면, 문채원은 비교적 빠른 시간 안에 미모뿐 아니라 연기로도 인정받는 배우 반열에 들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눈에 띄는 신인에 불과했던 그녀였고 한동안 연기력 논란에도 시달렸지만, 눈부신 발전 속도로 어느새 20대 독보적인 주연급 연기파 여배우가 됐다.
현재 자신의 위치 그리고 이 곳에 다다르기까지의 행보에 대한 문채원의 생각은 어떨까.
“음… 약간은 온도 차이인 것도 같아요. 분명 0도에서 출발하는 건 맞는데, 1도씩 올라가거나 (작품에 따라) 한 번에 10도가 올라가거나 그런 느낌이랄까요. 아무래도 그런 과정에서 부담이 없다 하면 거짓말이겠죠. 그런데 저 스스로 딱히 스타에 속한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고, 그런 부분에 관심을 두거나 궁금한 적은 없었어요.”
무엇보다 문채원은 “스스로에게 관대해지면 안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나에게 관대해지지 않으려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한 것 같아요. 주위에서 잘 한다, 예쁘다 얘기를 해주면 잘 모를 수도 있거든요. 연기할 때도, 휴식을 취할 때도 마찬가지죠. 내가 나를 용서하고 합리화시키기 시작하면 발전 속도가 달라질 수 밖에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여린 듯, 하지만 단단한 내면이 있었기에 아마도 지금 이 순간, 많은 이들의 사랑받는 배우 문채원이 있으리라. 그녀의 다음 행보가 유독 기다려진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사진 강영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