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SBS TV ‘일요일이 좋다-런닝맨’에서 잘 알려지지 않았던 모습을 시원스럽게 보이더니 급기야 웃기기까지 한다. ‘반창꼬’와 관련해 궁금했던 질문을 던지니 KBS 2TV ‘개그콘서트’의 한 코너 ‘거지의 품격’에 출연하는 개그맨 허경환에 빙의된 듯 “궁금해요? 궁금해요?”라며 개그 욕심을 냈다.
영락없이 극중 미수 캐릭터가 스쳐 지나간다. 그렇다고 진중하지 않다는 얘기는 아니다. 깊은 고민에 빠져 생각을 정리하고 답한다. “영화의 분위기와 미수가 너무 좋아 유쾌해졌을 뿐이고, 조금 더 미수 캐릭터를 갖고 가고 싶기 때문”이란다.
‘반창꼬’는 아내를 구하지 못한 상처로 마음을 닫은 소방관 강일(고수)과 치명적 실수로 법정에 서야 할 위기에 놓인 성격 모난 의사 미수(한효주)가 서로를 통해 아픔을 치유해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 순정남에서 까칠한 소방관으로 변신한 고수와 청순한 모습을 벗고 고수에게 거침없이 들이대는 의사로 파격 변신한 한효주의 호흡으로 기대를 모으는 작품이다.
그동안 한효주의 발랄하고 유쾌한 모습을 본 기억이 거의 없다. 그런데 이번에는 제대로 보여준다. 본인 스스로도 “그런 적이 별로 없다”고 했다. 어둡고 진중하며 생각 깊은 배역을 주로 했던 그였으니 소속사 대표도 당연히 걱정을 많이 했다.
“대표님이 제 안에 이런 모습이 없는 줄 알고 ‘새로운 것을 창조해야 하니 노력을 많이 해야겠다’는 얘기를 하셨어요. 하지만 감독님은 달랐죠. 감독님이 ‘아니, 왜 그런 걱정을 해? 다른 것 필요 없어. 대사만 외워 와’라고 하셨어요. 제 안에 뭔가를 보셨나 봐요.”(웃음)
물론 한효주의 의지와 욕심도 컸다. 그는 “나도 이런 모습이 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여자주인공을 돋보이게 하는 시나리오라서 더욱 더 욕심을 냈던 것 같다”고도 덧붙였다.
그는 “솔직히 요즘은 청순가련한 게 더 판타지 같은 느낌”이라며 “남자들에게는 ‘미수가 내 여자친구다면 좋겠다’는 생각과 여자들에게는 ‘나도 미수처럼 남자에게 대시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하는 것 같다”고 웃었다.
다만 “병헌 선배님은 영감을 주는 배우였다”며 “나는 연기 잘하는 분들을 보면 희열을 느끼는데, 그건 김연아를 보며 많은 사람들이 희열을 느끼는 것과 비슷한 것 같다. 연기 잘하는 배우를 보고 있으면 잠재돼 있는 게 끓어오른다. 오랜만에 그런 기분을 느꼈다”고 좋아했다.
그러면서 멜로 호흡을 맞춘 고수와도 비교했다. 극중 미수는 의료사고로 면허정지 위기에 몰리자 소방대원 강일에게 도움을 얻고자 그와 연인이 되려고 한다. “리액션이 너무 좋아 호흡 맞추기 편했다”는 한효주는 “고수 오빠는 어떤 사람도 정의내릴 수 없는 사람 같다”며 “엉뚱하고 특이하지만 바른 생각을 하는 자연인(?) 같은 사람이다. 그래서 어떤 모습을 보일 지 늘 궁금하고 기대가 되는 배우인 것 같다”고 웃었다.
“무슨 일을 하든지 열심이 하는 스타일”이라는 한효주는 최근 화제가 된 ‘런닝맨’ 출연에 대해서도 소감을 밝혔다. 한효주와 고수는 웬만해서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않는 연기자. 오랜만에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큰 웃음을 선사했다. 방송에서 여배우 대접을 받지 못한 한효주는 ‘뽀글이 파마’는 기본이고, 하하의 밭다리 걸기 등으로 굴욕을 당해 팬들을 안타깝게 했다.
한효주는 “‘런닝맨’ 출연을 후회하지 않는다”며 “예능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알고 있고 재밌게 노는 건데 후회할 일이 뭐가 있겠나. 자연스럽게 미션을 수행하는 게임이 무척 재미 있었다”라고 웃었다.
그는 “오랜 만에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는데 ‘런닝맨’ 같은 경우는 현장에서 많게는 200명 가까운 사람들이 카메라를 들고 뛰어다니는 등 힘들게 촬영하더라. 열심히 안 할 수가 없었다”며 “‘런닝맨’에서 더 열심히 녹화에 참여했다”고 회상했다. 또 “방송이 끝나자마자 반응이 장난 아니더라”며 “길거리를 가면 모두가 ‘런닝맨’ 얘기를 했다”고 신기해했다.
한효주는 큰 웃음을 준 것을 계기로 예능 프로그램에 고정패널로 나올 생각은 없냐고 묻자 “감추고 감춰서 연기로 한 번씩 나를 보여주고 싶다”며 “예능 프로그램에 고정으로 출연하면 너무 나를 보여주게 될 것 같다. 그러면 연기로 다른 모습을 보일 때 관객들이 새로운 모습으로 생각하지 않을 것 같다”고 조심스러워했다.
영화 속 미수처럼 사랑을 하는 스타일이냐고 물으니 “나도 유별난 것 같긴 하다”면서도 “조금은 다른 것 같다. 하지만 사랑을 하면 보듬어 주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또 “연인 관계나 친구관계나 새로운 인연보다는 어떻게든 만났던 인연과 잘 지내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사진 강영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