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개봉을 앞둔 영화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19세기부터 근 미래까지 약 500년의 시공간을 넘나들며 펼쳐지는 여섯 개의 각기 다른 장르와 스토리를 한 편의 거대한 서사로 엮어낸 작품으로, 라나-앤디 워쇼스키 남매 및 톰 티크베어 감독의 신작으로 전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았다.
국내에서 유독 뜨거운 관심을 모았던 건 바로 배두나의 ‘할리우드 진출’ 때문이다. 극중 배두나는 무려 1인3역으로 열연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캐릭터는 먼 미래 2144년 서울에 사는 손미-451. 서울의 한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종업원 손미는 복제인간으로, 영화 전체의 주제를 대변하는 아주 중요한 인물이다.
많은 배우들 가운데서도 그들이 배두나를 발탁한 이유는 무엇일까. 흔히 ‘서양이 선호하는’ 느낌의 동양인 배우가 바로 배두나였던 건 아닐까. 톰 티크베어는 이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답했다.
“외모적인 건 잘 모르겠지만 그녀의 연기에 대해 말씀드리면, (배)두나의 연기 스타일이나 방식은 그녀가 속해있는 문화적인 배경이나 문화권과는 무관해 보여요. 배우 자체가 갖고 있는 장점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한 인물이 주어졌을 때, 그 인물에 접근하고 작업하는 방식이 우리 업계 모든 사람들에게 어필하는 방식이 아닌가 싶어요. 굉장히 섬세하고 구체적이죠.”
라나 워쇼스키는 배두나를 ‘서울’이라 평했다. “영화 속에 서울이 하나의 배경으로 나오는데, 서울이라는 도시를 인물로서 은유적으로 잘 표현해줄 수 있는 사람이 배두나가 아닌가 생각했어요. 그녀가 출연했던 한국영화를 보면 참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고 있는데, 각기 다른 배역에서도 일관적으로 흐르는 배두나만의 매력이 있었죠. 대부분 그녀가 소화한 인물은 소외된, 아웃사이더랄까. 일반적이라 생각하는 범주에 해당되지 않는 캐릭터를 잘 소화해왔는데 그런 독특한 인물을 잘 소화할 수 있다는 게 그녀의 장점이라 생각해요.”
시카고에서 진행된 배두나의 오디션 또한 그들로서는 신선한 충격이었다고. 라나 워쇼스키는 “촬영할 때 그녀와 카메라 렌즈 사이에 아무것도 없듯이 손미 자체가 돼서 나약함과 강인함을 너무나 잘 표현해줬다”고 극찬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