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감독은 지난 12일 오후 서울 안암로 KU시네마트랩에서 열린 영화 ‘영화판’(감독 허철) 릴레이 GV에 참석해 영화 ‘미스터 K’의 감독으로 참여했다가 중도하차라는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한 것에 대해 “특정 인물과 특정 기업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지난 5월 ‘미스터K’ 연출과 관련해 제작사 JK필름, 투자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와 갈등 끝에 메가폰을 놓게 된 이 감독은 “이러한 불안한 시스템 속에서 균형을 맞추기란 쉽지 않다”며 “윤제균 감독 또한 그 희생양이었다고 생각한다”고 솔직한 마음을 토로했다.
이에 정지영 감독은 “이미 검증된 기존 감독들의 연출 방식을, 전문가가 아닌 이들이 자본의 힘을 마음대로 휘두르려고 하는 것은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한국영화가 대기업에 존속이 되다 보니 모든 영화들이 획일화 되어가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명세 감독은 이날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이후 선보인 ‘형사 Duelist’와 ‘M’을 향한 일각의 혹평에 대한 생각도 전했다.
그는 “많이 고민했고, 내가 생각했던 것이 정말 틀린 것일까라는 의구심이 밀고 나갔던 부분들도 있었다. 그런데, 소통의 부재라고 하는 것이 두 작품의 경우는 땅바닥에 발을 좀 덜 붙인 소재였던 것이다. 만약 ‘부러진 화살’의 소재를 가지고 영화를 만들었다면, 그것은 땅바닥에 붙어있는 소재기에 분명 달랐을 것”이라며 “하지만 변화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현재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소재들 속에서 제가 갖고 있는 부분들을 영화에 어떻게 녹여내야 하는 가에 대한 고민은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6일 개봉한 ‘영화판’은 한국영화에 대한 문제를 심도 있게 파헤치며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부러진 화살’, ‘남영동1985’를 선보인 정지영 감독이 배우 윤진서와 함께 인터뷰자로 나서 한국영화계의 과거와 현재를 바라보고 미래를 고민하게 한다.
정지영 감독은 첫 릴레이 GV에서 영화인을 꿈 꿨으나 영화를 보고 ‘영화판’의 어렵고 힘든 상황에 대해 처음 알게되어 충격적이었다는 관객에게 “영화를 하고 싶다면 그게 연기든, 감독이든, 스태프든 진짜로 독한 마음을 먹고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못한다”고 진심어린 조언을 했다. 이명세 감독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중에 ‘고통은 피할 수 있지만, 그것을 참고 버티는 것은 선택이다’라는 문장이 있다. 그걸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했고, 허철 감독은 “본인이 하고 싶은 일, 행복하다고 느끼는 일에 대해서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