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홍콩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지. 아이.조2’ 3D 영상 최초 공개 및 아시아 프레스 데이가 열린 가운데, 이병헌이 영화 촬영 뒷이야기와 개봉을 앞둔 소감을 밝혔다.
‘지.아이 조2’는 인류를 위협하는 악당 ‘자르탄’의 음모에 맞서는 최강 전투부대 ‘지아이 조’의 대결을 담았다. 존 추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이번 영화에는 브루스 윌리스, 드웨인 존슨, 테닝 테이텀 등이 출연했다. 이병헌은 지아이조 군단과 맞서는 코브라 군단의 스톰 쉐도우를 연기했다.
이병헌은 1편 보다 비중도 늘었지만, 심정적으로 크게 다가온 영화라고 소개했다. “‘지.아이.조2’는 1편에 비해 캐릭터도 다양하고 액션도 강렬해졌기 때문에 전편보다 재미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1편은 상황들을 설명하고 소개하는 영화였다면 2편은 그 인물에 깊이 다가가서 캐릭터들의 갈등과 아픔이 무엇인지 디테일한 부분들이 부각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자신이 맡은 배역 ‘스톰 쉐도우’에 대해서는 애틋함마저 내보였다.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단순한 악역은 아니에요. 독불장군에 혼자만의 세계를 추구하는 독단적인 인물이지만 그렇게 쓸쓸하게 혼자 있는 모습이 매력적이죠. 그런 부분들이 영화를 계속 하게금 했고요.” 2편에서는 미스테리에 싸여있던 스톰 쉐도우의 비밀스러운 부분이 밝혀지고 개인적인 복수심이나 감정, 아픔 등도 드러난다.
성공한 할리우드 진출 사례로 평가받지만, 처음에 고민과 갈등이 없었던 건 아니다. 그 스스로도 “전형적인 모습으로 할리우드에 진출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알고 있었고, 나름대로 갈등이 없지 않았다”고 했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고 어마어마한 대작에서 좋은 과정을 쌓고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도 여전히 선택을 받고 다른 시나리오를 기다리는 입장이지만, 언젠가는 진정 원하는 시나리오와 이야기를 고르는 입장이 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까지 가기 위한 좋은 과정이라고 생각했죠.”
‘지.아이.조1’ 개봉 당시 아시아 팬들의 뜨거운 환대는 할리우드 제작진과 스태프들도 깜짝 놀라게 했다. 덕분에 촬영장에서 대우도 달라졌단다.
이병헌은 “2편을 찍을 때는 스태프들이 소문을 듣고 ‘네가 ‘아시아의 엘비스 프레슬리’냐고 묻더라. 어떻게 표정관리를 해야할 지 몰랐다. 그때부터 달리 보고 대우해줬던 기억이 있다”며 에피소드를 전했다.
“한 번은 소품팀이 제 칼을 준비했는데 한글로 폭풍그림자라고 써 있었죠. 처음엔 장난하는 줄 알고 웃었는데 그래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폭풍 그림자란 칼을 들고 진지하게 싸우면 한국 관객들이 응원해줄 거란 생각이 들었고 한편으론 웃길 거라란 생각도 들더군요. 결국 글씨가 없는 칼로 촬영했던 기억이 납니다.”
특히 ‘지.아이.조2’에서 만나 ‘레드2’까지 이어진 브루스 윌리스와의 인연은 각별하다. 이병헌은 브루스 윌리스에 대해 “눈에 띄게 다정다감하고 제게 몸 둘 바를 모를 정도로 잘 해준다”고 했다.
“개인적인 관계를 떠나 놀랐던 점은 그 정도 연륜이 되면 촬영장에서 연기하는 게 일상처럼 느껴져 노련하게 하고가는 모습을 상상했는데, 항상 촬영장에서 1~2시간 감독하고 얘기하고 상의하는 모습을 봤어요. 신인이 갖고 있는 열정을 갖고 있는 게 한번도 자기 자신을 편안하게 내버려두지 않는구나 싶은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올 한해 본격적인 할리우드 활동은 물론 ‘광해’로 천만배우가 된 그는, 이민정과 공식 연인을 선언하기도 했다. 그 어떤 해보다 특별했을 한해였지만 가장 의미 있는 일을 꼽아달라고 하자 특유의 장난스런 미소가 나왔다.
“영어로 연기하다 사극 분장하고 사극 말투로 왕을 연기해야 하는 상황을 보면서 참 다이나믹한 인생을 살고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배우로서 이렇게 즐거운 삶이 있을까 생각할 정도로 영광된 순간도 많았고 뿌듯한 순간도 많았죠. 일적으로든 사적으로든 좋은 일이 많았던 한해였습니다. 다 중요해서 어떻게 한가지를 고르겠습니까. 하하!”
[홍콩=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향희 기자 happy@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