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PS파트너’는 잘못 연결된 전화 한통에 인생이 통째로 엮여버린 현승(지성)과 윤정(김아중)의 은밀하고 대담한 ‘19금 폰섹스’를 다룬 영화. “아마 어렸을 때 이런 작품이 들어왔으면 선택을 못했을 거예요. 하지만 이제는 많이 성숙했죠. ‘민망하지 않았느냐’, ‘야한 대사 소화는 어떻게 했느냐’고 물어 보시는데 처음 대본 연습할 때 야한 대사가 부끄럽고 민망하긴 했지만 막상 촬영할 때는 즐겼어요.”(웃음)
김아중은 2006년 영화 ‘미녀는 괴로워’의 영향도 큰 것 같다고 했다. ‘미녀는 괴로워’는 성형이라는 민감한 소재였고, 또 여자주인공이 뚱뚱하게 나와야 했던 작품이라 많은 여배우들이 고사했던 작품이다. 하지만 김아중은 독특한 소재가 재미있다고 판단, 용기를 냈다. 관객 600만명을 동원하며 단숨에 로맨틱 코미디 여왕이 된 그는 “내 이미지가 어떻게 될지에 대한 우려나 걱정은 없었다”고 회상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또 폰섹스와 관련된 외화 장면들을 수집해 보여준 감독 덕(?)에 자연스럽게 배역에 녹아들 수 있었다.
꽤나 자극적인 장면과 대사들이 많다. 하지만 극 초반 신소율의 과감한 베드신이 더 눈길을 끌어 김아중이 빛을 못 보는 것 같다는 평가도 있다. 김아중은 개의치 않고, 신소율을 칭찬했다. “내가 신인 때, 더 작은 배역이었지만 큰 역할을 해내야 했는데 이 친구만큼 못한 것 같다. 힘든 연기를 잘 해낸 게 기특하고 대견하다”고 추어올렸다.
윤정은 5년 된 남자친구에게 프러포즈를 받지 못해 안달한다. 하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고, 그때 새로운 사랑이 나타나 윤정은 두 사람 사이에서 망설인다.
“영화를 찍을 때는 여자들이 결혼을 갈망하는 모습을 이해할 수 없었죠. 주위에 물어보니 결혼에 집착하고 있는 또래 친구들이 있더라고요. 적정한 시기에 얼른 좋은 사람을 만나서 가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진지하게 고민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웃음) 또 바람을 피운 적도 없고, 목격한 적도 없는데 왜 한눈을 파는지 이해는 가더라고요. 외로움이나 사랑을 향한 갈증이 있는데 그걸 위로 받고 싶은 마음인 거죠.”
‘미녀는 괴로워’를 비롯해 드라마 ‘그저 바라 보다가’, ‘싸인’ 등 출연하는 작품이 대부분 흥행한다. 똑똑하게 작품을 고르는 스타일 같다고 하자 “똑똑한지는 모르겠고 겁이 많아 신중하게 골라서 그런 것 같다”고 했다.
“많은 분들이 저를 ‘여우과가 아닐까’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보이는 그대로가 아닌 이면에 다른 모습이 있을 것 같다는 편견이요. 하지만 전 완벽한 모습을 보이고 싶은 욕심을 부렸을 뿐이에요. 물론 20대 때 그런 생각을 하면 안 되는 거였지만요. 지금 생각해보면 다채롭게 제 자신을 보여드리지 못한 게 아쉬워요. 때문에 이제는 바쁘게 활동을 해야 할 것 같아요.”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사진 강영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