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5월 광주에서 벌어진 잔혹한 학살을 진두지휘한 전임 대통령의 암살이라는 파격적인 소재의 내용 뿐 아니라 영화 제작과정에서 돌연 투자금이 철회되고, 감독과 배우들이 차례로 하차하는 등 납득키 어려운 사건들이 연달아 발생하며 영화가 기약 없이 지체 됐기 때문. ‘26년’ 프로젝트는 이대로 사장되는 듯 싶었다.
올해 초 가수 이승환이 제작비의 투자를 결정했다는 소식이 들렸고, 영화는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이후 영화 제작은 급물살을 탔다. 7월 크랭크인에 들어간 ‘26년’은 4개월만인 11월 말 개봉했다. 5~6개월 촬영, 2~3개월의 후반작업 기간을 거치는 다른 영화들에 비해 ‘26년’은 제작 전 과정은 급박하게 진행됐다.
영화가 개봉되자 일부에서는 왜 이 영화가 12월 대선을 앞둔 민감한 시점에 개봉했는가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다분히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었다. 실제로 이 영화는 대선을 앞두고 개봉을 의도한 것이 사실이다.
이 영화의 투자자로 참여한 이승환은 영화의 개봉 시기가 12월 대선을 염두한 것이었음을 숨기지 않았다.
이승환은 “제작사 입장에서는 4년간 너무 지독하게 고생을 한 작품이었다. 기존 투자자들의 투자 철회 뿐 아니라 이후에도 제작비가 전혀 모이지 않았다. 영화 제작을 방해하는 상황들이 계속됐다”며 “제작사는 지난 4년간 과연 이 영화가 완성될 수 있을까 우려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제작사 내부에서도 확신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하루빨리 완성하겠다는 의지였다”고 설명했다.
1호 투자자인 이승환을 비롯한 투자자들, 제작두레에 참여한 2만명의 사람들에게도 영화의 개봉은 절박했다.
이승환은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만약 이번 대선에서 정권교체가 되지 않았을 경우 과연 이 영화가 개봉을 할 수 있겠는가 하는 회의가 있었다. 제작부터 이토록 긴 시간 난항을 겪었는데 만약 정권교체가 되지 않을 경우 영화를 완성해 놓고 극장에 걸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대선 전에 무조건 개봉해야 한다는 것이 투자자들의 생각이었다”고 설명했다.
영화 개봉 시점은 이 영화의 제작자와 감독, 배우 그리고 투자자들이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치겠다는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이 영화의 생명을 지키겠다는 절박함에서 나온 선택이었다.
한편 영화 ‘26년’은 1980년 5월 광주의 비극과 연관된 조직폭력배, 국가대표 사격선수, 현직 경찰, 대기업 총수, 사설 경호업체 실장이 26년 후 바로 그날, 학살의 주범인 ‘그 사람’을 단죄하기 위해 작전을 펼치는 액션 복수극이다. 7일 까지 전국 567개 상영관에서 누적관객 120만 9006명을 기록 중이다.
이승환은 총 46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이 영화에 10억원을 투자했다. 이승환의 투자로 제작에 난항을 겪었던 영화가 개봉까지 할 수 있게 된 것. 또 이승환은 영화의 주제곡인 '꽃'을 후배가수들과 함께 불러 무료로 공개하기도 했다. 이승환은 12월 24일, 25일 부산 KBS홀, 20일 31일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이승환 환니발'이라는 타이틀로 공연을 연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