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소율은 최근 방영 중인 SBS TV ‘청담동 앨리스’와 MBC TV ‘엄마가 뭐길래’에서 여러 가지 매력을 뽐내고 있다. 6일 개봉한 영화 ‘나의 PS파트너’(감독 변성현)에서도 마찬가지. 남자친구 현승(지성)을 바라보며 7년을 기다렸지만 음악을 하겠다는 고집을 버리지 못하는 남자와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고, 또 다시 헤어지는 소연이 그가 맡은 역할이다.
소연은 잘못 연결된 전화 한통에 인생이 통째로 엮여버린 현승과 윤정(김아중)의 은밀하고 대담한 ‘19금 폰스캔들’을 다룬 판타지 멜로에서 가장 현실적인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꿈만 꾸는 남자친구를 포기하고, 현실적으로 자신을 챙겨줄 수 있는 남자에게 가는 여자. 겉으로는 아닌 척 하지만 속으로는 전 남자친구를 잊지 못하는 캐릭터다. 하지만 다시 만난 연인이 다른 사람에게 이미 마음이 있다는 걸 알고 떠나갈 때 주룩 흘리는 눈물이 그렇게 슬퍼 보일 수 없다.
“정말 매력적인 캐릭터 아닌가요? 제가 이전까지 해온 캐릭터가 마냥 밝은 캐릭터라서 정말 안 뽑힐 줄 알았어요. 감독님이 ‘극중 소연이는 어두운 느낌이 있어야 돼. 얘는 빼!’라고 할 정도였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신소율은 당당히 오디션에 합격했다. 7년이나 사귀었다가 헤어진 연인이 다시 만났을 때 어떤 감정일까를 생각하고 자연스럽게 보여준 덕이다. 떨어질 것 같아 오디션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건 없었다는 그지만 자연스러운 진심이 통했다.
극중 베드 신은 수위가 상당히 수위가 높다. 신소율은 “7년을 사귀었다면 상대를 생각할 때 어떤 알콩달콩한 이벤트를 해주는 것보다 가장 큰 게 스킨십 부분일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촬영 때 지성오빠하고 찐~하게 빨리 끝내자고 했다. NG도 거의 없이 1~2시간 만에 끝난 것 같다”고 회상했다.
원한대로 빨리, 또 찐하게 촬영했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영화에 필요한 신이고 이왕 찍는 거면 예쁘게 나오고 기억에 남았으면 했어요. 하지만 영화를 보니 너무 짧게 나온 것 같아요. 감정도 격하게 느껴지고 해야 했는데 제가 생각한 것보다는 부족한 것 같아 서운해요.”
신소율은 베드 신과 관련해 부모님과의 에피소드도 살짝 전했다. 베드 신이 있다는 걸 부모님과 상의하지 않았단다. “지성 오빠와 베드 신을 찍었다고 통보만 드렸어요. 엄마가 너무 쿨하게 그러시더라고요. 당연히 거쳐야 할 시간이라고요. 엄마는 심지어 장난으로 ‘어때? 좋았어?’라고 물으시던데요?(웃음) VIP 시사회 때 부모님을 초대했는데 ‘아는 사람들과는 못 볼 것 같다’고 나중에 돈 내고 꼭 보신다고 하셨어요.”
지금은 부모님에게 배우로 나름 인정을 받고 있지만 고등학교 때는 속을 썩였다. 공부를 곧잘 해 고등학교를 7등으로 들어갔는데, 1학년 때 자퇴를 했다. 연기에 꽂혔기 때문이다. 지역 극단 활동을 하며 어린이집이나 요양원 등에서 공연을 했다. 이후 검정고시로 국민대학교 연극영화과를 들어가 이론적인 부분도 습득했다.
2010년 드라마 ‘정글피쉬’에 합류했고, 이후 영화 ‘티끌모아 로맨스’,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 ‘응답하라1997’ 등으로 존재감을 제대로 알렸다. 특히 ‘응답하라1997’의 기억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솔직히 ‘정글피쉬’ 때가 26살이었는데 고등학생 역할을 맡아 교복을 입었어요. 그게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는데 ‘응답하라1997’ 때 다시 교복을 입을 수 있어 좋았죠. 어려보이는 거라고 좋아했죠. 그런데 상대역이 (은)지원 오빠라서 ‘아, 외모는 상관없는 거구나’ 생각했어요(웃음). 처음에는 시청률이 안 나올 거라고 예상했는데 많은 사랑을 받게 돼 너무 좋았어요.”
신소율은 특히 ‘뿌리 깊은 나무’의 박상연·김영현 작가에게 고맙다고 했다. ‘뿌리 깊은 나무’를 인연으로 ‘응답하라1997’에 제작진에 신소율을 추천해 줬기 때문이다. 또 현재 방송 중인 ‘청담동 앨리스’도 두 작가가 힘을 실어줬다. “그렇게 친분이 있는 편은 아니었지만 너무 감사할 따름”이라며 “작가님들이 은인”이라고 배시시 웃었다.
그간 고생을 많이 했는데 흔히 말하는 잘 나가는 또래 연기자들을 보면 어떤 생각일까.
“저는 지금 잘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한방에 뜨면 안 되는 성격이거든요. 대가 없이 주어지는 건 쉽게 생각해요. 고생을 해봐야 이런 것도 소중하고, 저런 것도 소중한 걸 알죠. 한 번에 큰 걸 얻으면 못 견뎌해요. 당연히 부담도 되고요. 전 결혼을 해서도, 또 죽기 직전까지도 연기를 하는 게 목표라서 빨리 주목 받고 싶지는 않아요.”(웃음)
솔직히 신소율을 만나기 전까지 말도 조곤조곤하고 여성스러우며 내숭도 떨 줄 알았다. 하지만 털털하게 자신의 속내를 전하는 솔직한 매력이 시선을 사로잡을 수밖에 없다.
신소율은 “외동딸이지만 주위 친구 중에 남자들이 많다보니 여우같은 행동을 못한다”며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라고 생각하는데 할 말 못하고 내숭 떨면 빨리 죽을 것 같다”고 웃었다. 물론 “내공도 쌓이고 감정도 정리하는 법을 더 배우면 얌전해 질 것 같다”며 “그래도 내숭을 떨어야 할 때는 떨 줄 알고, ‘정글피쉬’ 때보다 얌전해져서 치마도 잘 입는다”고 눈을 반짝였다.
‘응답하라1997’을 최고로 꼽을 줄 알았는데 한 편의 작품일 뿐이란다. “다른 작품들도 잊을 수 없거든요. 특히 이번 영화는 또 남달라요. 처음으로 상대배우와 감정적으로 호흡을 맞췄고, 노출에도 도전했잖아요. 기존의 이미지와 다른 캐릭터에도 도전한 것이기도 하고요. ‘응답하라1997’이 은인이라면, ‘나의 PS파트너’는 평생 생각하며 같이 갈 작품이에요. 전 예쁜 척하는 건 포기했으니 매력 있고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는 연기자가 되고 싶답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사진 강영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