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K-팝 열풍, 거품일까?
대표적인 K-팝 가수 JYJ 멤버 김준수는 지난 11월 30일 독일 오버하우젠에서 단독공연을 열었다. 이날 공연이 열린 투르비네할레가 공연장은 1800여명 정도가 수용가능 중급 공연장. 지난해 스페인과 독일에서 열린 JYJ 공연이 각각 3천여명의 관객을 동원했던 것과 비교해 다소 축소된 규모다.
현지에서는 K-팝의 거품이 빠지고 있다는 것이 지배적인 관측이다. 실제로 현재 유럽 레코드숍에서 K-팝 가수들의 CD를 구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일본이나 아시아 지역에서 K-팝이 따로 한쪽에 전문코너를 마련하거나 전면에 배치한 것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다.
12월 현재 영국 런던 소호거리에 위치한 대형 레코드 숍에도 일부 중국과 일본 가수들의 앨범은 비치돼 있지만 K-팝 가수들의 앨범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K-팝 가수들 앨범은 현지에서 정식 유통망을 통해 수입되지 않고 있기 때문. 현지에서 만난 K-팝 팬들 역시 대부분 유튜브와 아이튠즈 등 인터넷을 통해 K-팝을 접한다고 설명했다.
독일과 영국 현지에서 만난 일반 시민들 역시 싸이를 제외한 한국 가수에 대해서는 거의 대부분이 모르는 분위기다.
K-팝의 주요 소비층은 누구?
동방신기, 샤이니, 빅뱅, JYJ 등 유럽에서 인기가 높은 K-팝 가수들은 국내와 마찬가지로 10대 후반 20대 초반의 여성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김준수의 독일공연에도 90% 이상이 여성팬으로 채워졌다.
현지 관계자들은 K-팝이 이들에게 어필하는 가장 큰 이유로 신비로움을 꼽았다. 화려한 퍼포먼스와 트랜디 한 음악 뿐 아니라 비현실적인 분위기의 의상과 무대, 뮤직비디오 연출 등이 영미권 팝 가수들과 차별화 된다는 것. 11월 독일서 단독공연을 연 김준수 만 해도 ‘타란텔레그라’를 통해 그로테스크한 판타지 세계의 이미지를 극대화시킨 것이 현지에서 인기를 얻는 큰 요인 중 하나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 같은 인기가 보편적인 유럽의 10대들에게 어필한다고 보기는 무리다. K-팝 만의 특별한 스타일을 좋아하는 일부에게 열광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것이 보다 정확한 설명이다.
재미있는 점은 K-팝이 유럽의 게이(동성애) 커뮤니티에서 유독 큰 사랑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의 현란한 패션이나 발랄하고 통통 튀는 음악이 게이 컬처의 한 부분으로 인정받고 있는 것. 실제로 스키니한 바지와 짙은 아이라인, 컬러풀한 의상은 국내에서는 단지 스타일리시한 패션 아이템이지만 유럽을 비롯해 서구 사회의 게이 컬처와 패션을 대표하는 스티일이다.
서브컬처(Sub Culture)로 확고한 자리매김
K-팝 만의 특․장점은 10대~20대 여성 마니아 집단이던, 게이 커뮤니티던 특정 집단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즉 서브컬처(Sub Culture)로 확고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충성도 높은 마니아 집단이 만들어졌다는 것은 그만큼 안정적인 시장이 구축됐다는 뜻이고 향후 K-팝 가수들의 해외활동에도 적잖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게이 컬처는 전세계 어느 나라에서든 가장 세련된 트렌드를 이끄는 집단인 만큼 향후 보다 보편적인 문화적 현상으로 자리잡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유럽의 경우 대중음악 산업 자체가 음반 보다 아닌 공연 중심으로 이뤄진 까닭에 활동 자체에는 제약이 많을 수 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유럽에서 K-팝 가수들의 티켓가격이 10만원~20만원 가량임을 감안했을 때 2천석 규모라면 1회 공연으로 예상되는 수익은 약 3억 5천만원 가량으로, 개런티와 대관료를 제외하면 수익성이 높지 않은 것.
현지 관계자들은 “유럽 현지에서 하나의 유행으로 그치지 않으려면 정식으로 앨범 유통 창구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또 공연 역시 규모를 줄이고 횟수를 늘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