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도(일라이저 우드)는 세상의 무게를 두 어깨에 짊어지고 힘든 과정을 거쳐 가는 캐릭터이나 빌보(마틴 프리먼)는 더 경쾌하고 유머가 많은 캐릭터라는 점에서, 또 스토리 면에서도 ‘반지의 제왕’과 ‘호빗’은 전혀 다르다.”
지난 1일 일본 도쿄의 한 호텔에서 피터 잭슨 감독을 비롯한 영화 속 주인공들을 만났다. 잭슨 감독은 “‘반지의 제왕’과 ‘호빗’이 톨킨의 작품을 기초로 만들어진 영화고 호빗의 집에서 시작되고 중간계 이야기가 나온다는 점에서 유사하다고 할 수 있지만, 그 외에는 전혀 비슷하지 않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다른 사람이 ‘호빗’을 찍게 하고 싶지 않았다”고 웃으며 “(‘반지의 제왕’이나 ‘호빗’) 시리즈들은 영화감독으로서 가장 즐거운 작품”이라고 좋아했다. 특히 “영화는 현실에서의 탈출이라고 느끼는데 다른 세계로 관객들을 데리고 가는 것이 좋다”며 “모두가 좋아하는 동화 같은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도 좋아한다”고 말했다.
빌보 배긴스 역을 맡아 처음으로 잭슨 감독과 호흡을 맞춘 마틴 프리먼은 “‘반지의 제왕’ 전 이야기라서 큰 흐름은 이어지지만, ‘호빗’ 시리즈는 그 자체로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이기 때문에 부담을 느낄 것은 없었고 오히려 즐거움이 더 컸다”고 회상했다. “‘호빗’에 참여할 수 있어 기뻤다”는 그는 같은 캐릭터를 연기한 이안 홈과 비교될 것에 대해서는 “두려움으로 다가오지 않고 재밌는 작업이었다”며 “당연히 이안 홈의 캐릭터로부터 도움을 받았지만 나는 내 스스로의 캐릭터를 만들어냈다”고 강조했다.
‘호빗: 뜻밖의 여정’은 프로도의 이야기가 아닌, 빌보의 이야기라 일라이저 우드는 상대적으로 비중이 작다. 하지만 우드는 다시 한 번 신비로운 모험에 빠져 들 수 있어 행복하다. 그는 “19살 때 ‘반지의 제왕’을 시작했는데 시리즈가 끝나고 영화와 헤어지기가 힘들었다. 프로도라는 캐릭터는 이제 작별이라고 생각했다”며 “그런데 다시 출연 제안을 받고 ‘호빗’ 세트장으로 들었을 때 감격스러워 감상에 젖었다. 촬영장에서 출연진과 제작진과의 만남이 반가웠고 새 배우, 식구들과의 만남도 매우 소중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한국 팬들에게도 호응을 얻고 수많은 패러디들을 만들게 했다고 하자 흡족해하며 웃었다. 이어진 일본 기자들과의 만남에서는 인사말을 골룸 식으로 해 웃음과 박수를 이끌어 냈다.
영화는 빌보와 간달프, 소린의 관계가 서로 영향을 끼치고 받는다. 때문에 주인공들의 성장영화 같기도 하다. 잭슨 감독은 “캐릭터 간 역학관계가 중요했다”며 “판타지 영화일 때 캐릭터의 진실성을 더욱 중요시하는데 마틴 프리먼이나 리차드 아미타지를 새롭게 택한 것도 진실성을 부여할 수 있어서”라고 밝혔다.
잭슨 감독은 “감독으로서 실감나는 영화, 관객을 생생한 모험 속으로 이끌고 싶었는데 HFR은 이를 가능케 한다. 화면이 내 옆에 와 있는 것처럼 진짜에 가장 가깝게 실제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라며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로 ‘호빗’ 시리즈를 보지 않았으면 한다. HFR 기술을 통해서 오직 큰 영화관에서만 볼 수 있는 판타지로서의 거대한 스펙터클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도쿄(일본)=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사진 워너브라더스 코리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