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 첫 앨벌 ‘타란텔레그라’ 발표 후 5월 19일, 20일 양일간 잠실 실내체육관 공연으로 시작된 월드투어는 태국 홍콩 상해 등 아시아 6개 도시, 미국, 멕시코 칠레, 브라질 등 북남미 5개 도시. 유럽의 독일 까지 총 12개 도시 13회에 걸쳐 진행됐다.
김준수의 월드투어의 가장 큰 성과는 국내 K-팝 가수들이 기존 활동 영역이었던 아시아를 넘어 미국, 특히 남미 시장을 진출은 그 의미가 크다. 김준수는 올해 초 JYJ로 남미 페루와 칠레에서 이미 공연을 한 바 있으며 멕시코와 브라질에서 단독 공연은 K-팝 가수 중 처음이다. 이후 K-팝 가수들이 방송사 특집 방송 형태로 남미 현지에서 합동공연이 여는 등 시장 개척의 의미는 남다르다.
김준수라는 솔로 콘텐츠 자체의 경쟁력도 JYJ라는 팀에 비해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도 이번 솔로 월드투어를 통해 증명했다. 특히 전세계 K-팝 팬들의 문화적 취향과 특징을 지금까지 어떤 K-팝 가수들보다 완벽하게 짚어 냈다는 점은 주목할 만 한다. 이는 김준수가 동방신기를 통해 일본 시장에 데뷔하며 약 10년간 쌓아온 노하우를 반증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해외팬들에게 어필하는 K-팝의 최대 강점은 단순히 화려한 퍼포먼스와 트렌디 한 음악 뿐 아니라 독특하거나 신비롭다 못해 다소 비현실적인 분위기의 의상과 무대, 뮤직비디오 연출 등이다. 김준수는 ‘타란텔레그라’를 통해 양성의 이미지까지 차용하며 어둡고 그로테스크한 판타지 세계의 이미지를 극대화시켰다. 이 이미지는 흔히 접할 수 있는 영미 팝과 K-팝의 결정적인 차이며 K-팝 만의 경쟁력이다.
실제로 우리 아이돌 역사가 10년이 넘으며 우리에게는 익숙해진 모습일 뿐, 국적이나 연원을 알 수 없는, 판타지 소설이나 SF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의상과 헤어스타일은 전 세계 어디에서나 기묘하다는 느낌을 주기 충분하다. 이 같은 문화적 특질이 충성도 높은 마니아 집단을 만들고 하나의 단단한 시장을 형성하는 것은 K-팝의 안정적인 성장과 퀄리티를 유지, 발전시키는데도 분명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하지만 결국 K-팝의 대중성과 보편성이라는 측면에서 약점이 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10대~20대 젊은 팬들에게는 이 같은 특질을 가진 K-팝 문화의 향수는 해당 연령대에 일시적으로만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강렬한 이미지와 춤, 노래를 30대 이상의 대중들이 소화하기는 다소 무리가 따르기 때문이다. 실제로 K-팝이 사랑받는 것은 보편적이거나 일반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80~90년대 일본 애니메이션이 미국과 유럽에 본격적으로 소개되며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20~30여년이 지난 현재, 전 세계 영화와 드라마, 방송, 음악 콘텐츠 깊숙한 곳까지 침투된 것 처럼 K-팝도 이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K-팝 만의 색을 유지하며 세계적인 수준에 근접한 콘텐츠 자체의 퀄리티가 전제돼야 한다. 기실 대중문화에서 시장의 규모가 크고 작음은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싸이가 전 세계를 말 춤 하나로 ‘통일’시킨 것도 ‘강남스타일’ 단 한 곡이었지 않은가.
[오버하우젠(독일)=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