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의 기억에서 지워지는 순간, 연예인 수명 다한 것…슬프다”
배우 박수진이 첫 스크린 데뷔작, 영화 ‘수목장’을 통해 ‘호러퀸’으로 등극했다.
‘수목장’은 죽은 자들이 나무가 돼 돌아온다는 설정 아래 펼쳐지는 공포극. 박수진은 극 중 친구(이영아)의 약혼자이자 고등학교 동창인 정훈(온주완)을 짝사랑해오다 질투심과 집착을 이기지 못해 결국 끔찍한 일을 꾸미는 지효 역을 맡았다. 네 남녀의 비극의 시작을 알리는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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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싸움이 나도 속으로 삭히거나 살짝 삐지는 정도. 소리를 지르는 등 강력하게 내 상태를 드러낸 적이 별로 없다”면서 “처음엔 실제이 나와 다른 지효를 연기하면서 몰입이 힘겨웠지만 언제부턴가 오히려 속이 시원하더라”고 털어놨다.
“전작 ‘넝굴째 굴러온 당신’에 이어 또 남의 남자를 짝사랑하는 캐릭터를 맡게 됐어요. 욕 먹을까봐 걱정 안 되냐고요? 연기를 못 해 논란이 되면 속상하고 반성해야 할 일이지만 캐릭터로 욕을 먹는다면 오히려 행복한 것 같아요. 그만큼 극 중 캐릭터에 시청자들이 몰입됐다는 거니까요.(웃음)”
지독한 짝사랑의 결과 무서운 집착녀가 된 캐릭터를 연기한만큼 실제 사랑 경험담에 대해서도 고백했다. 그는 “애절한 ‘짝사랑’을 해 본 적은 없다”며 “처음엔 ‘뭐 이런 아이가 있나’ 싶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지효가 안쓰러웠다. 얼마나 좋아했으면, 얼마나 관심 받고 싶으면 이랬을까 싶은 게…”라고 말끝을 흐렸다.
박수진은 또 유난히 감정 표현에 서툴고 부끄러움이 많다며 “상대방에 대해 어느 정도 확실한 믿음이 생기기 전까지는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한다. 다소 무뚝뚝한 편”이라고도 했다.
“연애에 있어 자존심이 좀 센 편이에요. 연인 사이라고 해도 상대방이 더 이상 나를 원하지 것 같다면 굳이 붙잡거나 매달리지 않아요. 좋아해도 무관심 한 척하는 타입? 하지만 한 번 사랑이 시작되면 그 이후로는 아무것도 계산하지 않고 모든 걸 주려고 해요. 이미 벌어진 일에 대해 후회하고 싶지 않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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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의 삶이란 게 그렇잖아요. 팬들의, 대중의 기억에서 사라지는 순간 직업의 수명이 다 한 것 같은, 항상 누군가의 기억에 머물러야 하는 삶이죠. 그래서 이 작품에 애착이 갔고 몰입이 잘 됐던 것 같아요.”
그의 눈빛이 한층 진지해졌다. 걸그룹 출신 연기자라는 꼬리표를 떼고 진짜 비상을 준비 중인 박수진. 그는 다수의 작품을 통해 안정된 연기력을 인정 받아 배우로서의 입지를 탄탄히 다지고 있다.
“우연한 기회로 가수가 됐지만 준비가 부족해 마음이 불안하고 죄송했어요. 당시엔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았지만 진짜 나의 꿈은 ‘배우’였기 때문에 과감히 다른 길을 선택했죠. 배우로서 오래도록 사람들의 기억과 마음에 남고 싶어요. 새로운 매력, 성숙한 연기력으로 또 찾아뵐게요. 화이팅!!”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사진 강영국 기자 kiki2022@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