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는 갔지만 16년 만에 엄마라는 사람이 소년원에 있는 지구를 찾아온다. 고등학생 때 지구를 낳고 제 길을 살았던 엄마. 지구는 혼란스럽지만 엄마를 받아들인다. 하지만 혼자 힘으로 살아온 엄마는 부유하지도, 제대로 된 삶을 살고 있지도 않다. 숨쉬기도 힘든 삶을 살게 된 소년과 엄마. 어렵게 하나의 가족을 이뤘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히기 일쑤다.
인물 간 갈등을 섬세하게 다룬 점을 특기할 만하다. 오랜 시간 떨어져있던 엄마와 아들 간에 벌어질 수밖에 없는 갈등들. 여기에 지구가 여자 친구와의 사이에서 아이를 낳았다는 사실을 고백한 뒤, 밝기만 하던 엄마가 감정을 폭발하는 장면은 포인트다. 아들을 통해 자신을 미혼모로 만들었던 남자를 떠올리고, 다시 아들을 버리게 되면서 모자의 고통은 아프게 느껴진다. 감독은 이 장면을 담담하게 담아내는데 측은하게 느껴지는 동시에, 다시 효승이 지구를 찾을 때 안타까움을 주는 효과를 낸다.
아들보다 더 아이 같은 엄마지만 모성애 가득한 어미를 연기한 이정현의 힘이 영화의 맛을 더한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화를 내기보다 밝게 웃으면서 상대의 비위를 맞춰주는 엄마. 자기보다 어린 후배의 집에 얹혀살 수 있게 된 이유였다. 근근이 먹고 살 수 있게 된 삶의 지혜이기도 하다.
자살을 생각했지만 이를 악물고 세월을 견딘 엄마는 어느새 어른이 됐다. 아직 지구는 철없는 아이지만 그도 언젠간 어른이 될 거다. 그때 아마 여자 친구와의 사이에서 낳아 입양을 보낸 아이를 찾아 나서지 않을까.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